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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트롱 Jun 21. 2018

만나면 반갑다고 Hallo 하는 독일인

인사에 인색한 한국

*이 시리즈는 여행기가 아니다. 그냥 여기  살면서 내가 느낀 것들, 말 그대로 '단상'들을 정리하고 풀어내려는 목적이다. 일기라고 봐도 되겠다. 여행에 대한 정보는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글 전개상 필요하거나 마음이 내키면 들어갈 것임. 사실 글 '전개'라고 하기도 뭣할 정도로 짧은 글들이 계속되겠지만ㅋㅋ


**내가 살고 있는 지방은 독일 헤센 주의 '기센'이라는 조그만 도시다. 여기서 6개월간 해외 인턴을 하고 있다. 사실 그 옆에 붙은 배드타운같은 마을에 살지만, 여기는 독일 사람들조차도 그 누구도 모르므로 그냥 기센이라고 하자. 내가 사는 곳은 시골 그 자체다. 그래서 주말마다 탈출을 한다.


***글은 하루에 한 개를 쓸 수도, 혹은 그보다 더 많이 쓸 수도 있다. 글 한 편당 하나의 주제만 쓸 것임. 글은 대체로 아주 짧을 것이다.


****정말로 아무 주제나, 순서에 상관 없이 쓸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여행기도 아니고 생활기도 아니다. 그냥 내가 보고 느낀 점을 정리하려는 '감상 일기'다.


과거 서독의 수도였던 '본(Bonn)'

 독일인들은 모르는 사람과 인사하기를 퍽 좋아한다. 길을 걷다가 맞은 편에서 사람이 걸어오면 꼭 눈을 마주치려 상대방을 빤히 쳐다본다. 동양인 답게 시선을 느끼면서도 어쩔 줄 모르고 동공을 굴리다 아차! 그만 눈을 마주쳐 버리면...! 독일인은 나를 보고 싱긋 웃는다. 그리고 인사한다. 


 독일에서 우리가 쓰는 실전 인사법은 크게 4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Guten Morgen"이다. 구텐 모르겐. 우리에게 가장 잘 알려진 독일 인사일 것이다. 여기 헤센 주에서 쓰이는 실제 발음은 '군 모건'쯤 된다. 보통 앞의 'Guten'은 생략하고 그냥 "Morgen!"만 외친다. 눈썰미 있는 분들은 눈치 채셨겠지만 'Guten'은 영어의 'Good', 'Morgen'은 영어의 'Morning'이다. 그러니까 "Guten Morgen"은 영어로 굿모닝!, 즉 아침 인사인 것이다.

 두 번째 인사는 "Hallo"다. 바보가 아니면 눈치 챘겠지만 영어의 헬로다. 아침을 제외하면 거의 100% "Hallo!"를 외친다고 보면된다. 물론 "Guten Tag"이라는 아주 유명한 인사, "구텐 탁!"이 있지만 이건 뭔가 조금 경어 느낌이랄까? 우리 사장님이 비즈니스 문제로 낮에 통화를 할 때 "군탁!"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보통은 "할로"로 인사가 통일되어 있다. 그러니까 아침이 아니라면 오후에든 저녁에든 새벽에든 사람을 만나면 그냥 "할로!" 해주면 된다. 참고로 구텐 탁의 Tag은 'afternoon', 낮이란 뜻이다.

 우리나라는 거의 "안녕하세요"로 인사가 통일되어 있기 때문에 꽤 익숙하지 않을 수 있지만, 독일에서는 아침에는 꼭 "할로!"가 아니라, "모건!"하고 인사해줘야 한다. 둘이 괜히 나눠져 있는 게 아니다. 아침에는 모건! 해주자. 물론 아침에 할로! 한다고 독일 사람이 나를 야만인 보듯 기겁하고 쳐다보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침에는 아침 인사를 해주는 게 예의에 맞다는 느낌이다.

 세 번째 인사는 "Tschüss"다. '츄우스' 라고 발음하는데 Bye라는 뜻이다. 마트에서 물건 사고 나올 때 츄우스 한 번 외쳐주면 된다.

 네 번째 인사는 고개 인사다. 그냥 끄덕. 눈을 마주쳤는데 그만 너무 눈이 부셔서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면 싱긋 웃어주며 고개만 끄덕 해주면 된다.


 사실 처음에 이 쓰잘데기 없는 인사법을 적을 생각은 없었다. 그러나 첫 문단에서 독일인이 나를 보고 싱긋 웃은 뒤 인사를 해버리는 불상사가 일어났기에 어쩔 수 없이 계획에도 없던 독일 인사법을 서술하고 말았다. 상황에 따라 인사 방법이 다르니까. 


 요는 인사법이 아니다. 흔히 독일인들을 두고 가지는 편견 중 하나가 독일인은 대체로 차갑고 무뚝뚝한 성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라는 거지. 물론 재미없는 사람들이긴 하다. 이건 엄진근 팩트다. 어느 정도냐면 독일인들 스스로 자기 민족이 재미 없다는 사실을 누구나 인지하고 있을 정도다. 독일인 아무나 붙잡고 '너네 재미없지?' 물어보면 쑥쓰럽게 머리를 긁적이며 "응..."하고 대답할 것이다. 무려 4명의 표본을 대상으로 연구한 경험담이다. 근데 무뚝뚝한 거랑 재미 없는건 다른 종류다. 사람을 보면 항상 먼저 웃어주고 인사를 건네는 이들이 과연 그렇게 세상에 널리 알려졌을 정도로 무뚝뚝하고 차가운 성격일까? 


 그러는 우리나라는 어떤가? 길에서 마주 오는 모르는 사람과 안녕하세요 인사는 커녕 싱긋 웃어주지도 않잖아? 오히려 웃어주면 웬 정신병자 취급을 받게 될 확률이 높다. 뿐만 아니라 우리는 마트나 편의점 등에서 물건을 사면서도 점원에게 인사를 쉬이 해주지 않는다. 그저 묵묵히 물건을 계산하고 친절한 사람의 경우 "수고하세요~" 정도를 남길 뿐이다. 우리는 인사와 웃음에 인색한 국민이다. 

나찌 독일의 정신적 수도였던 뉘른베르크

 한국에 있는 내 친구 한 명이 생각난다. 인사를 참 즐겨하는 친구다. 모르는 사람과 마주쳤을 때도 인사를 하는 정도는 아니지만, 물건을 살 때나 식당에 들어갔을 때 꼭 점원에게 먼저 "안녕하세요~!"를 건네는 버릇이 있다. 그 친구가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를 선공 때릴 때마다 왠지 모르게 내 자신이 민망하고 왜 저러나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그게 이상한 게 아닌 건데. 아니어야 하는 건데. 독일에 와서 그 친구와 그의 인사를 부끄러워 했던 나를 다시 떠올리며 생각해본다. 왜 우리는 인사와 미소에 그리 인색한 걸까? 동방예의지국? 도통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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