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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트롱 Jun 22. 2018

독일의 무선 인터넷망 버뮤다 사각지대

스마트폰을 스마트하게 쓸 수가 없어

*이 시리즈는 여행기가 아니다. 그냥 여기  살면서 내가 느낀 것들, 말 그대로 '단상'들을 정리하고 풀어내려는 목적이다. 일기라고 봐도 되겠다. 여행에 대한 정보는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글 전개상 필요하거나 마음이 내키면 들어갈 것임. 사실 글 '전개'라고 하기도 뭣할 정도로 짧은 글들이 계속되겠지만ㅋㅋ

**내가 살고 있는 지방은 독일 헤센 주의 '기센'이라는 조그만 도시다. 여기서 6개월간 해외 인턴을 하고 있다. 사실 그 옆에 붙은 배드타운같은 마을에 살지만, 여기는 독일 사람들조차도 그 누구도 모르므로 그냥 기센이라고 하자. 내가 사는 곳은 시골 그 자체다. 그래서 주말마다 탈출을 한다.

***글은 하루에 한 개를 쓸 수도, 혹은 그보다 더 많이 쓸 수도 있다. 글 한 편당 하나의 주제만 쓸 것임. 글은 대체로 아주 짧을 것이다.

****정말로 아무 주제나, 순서에 상관 없이 쓸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여행기도 아니고 생활기도 아니다. 그냥 내가 보고 느낀 점을 정리하려는 '감상 일기'다.

대학 도시 마르부르크의 거리

  원래 다른 내용을 쓸까 싶었다. 그러나 오늘 낮에 그만 네이버에서 “2019년 3월, 5G 서비스 실시 확정!”이란 기사를 보고 말았다. LTE보다 100배인가 더 빠르다고 하는데 도대체 얼마나 더 빠른 건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 내가 클릭하기도 전에 이미 내 마음을 읽고 페이지가 넘어가 있는 정도인 걸까... 어찌됐건 세계 10~13위쯤 하는 지구 한 구석 조그만 나라에서 당장 내년 3월에 5G를 서비스하니 어쩌니 하는데 세계 3~4위 초선진국에 살고 있는 내 폰에는 3G가 떠 있다. 어메이징 지구촌이다.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넓고 빠른 무선 인터넷망을 구축하고 있다는 사실은 새삼스럽지도 않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대단한 일인지 국내에서 실제 ‘체감’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서울부터 시작해서 읍면리 단위 산골 마을까지, 대한민국 어느 장소를 가든 같은 속도의 LTE가 뻥뻥 터지는 판국에 ‘느린 인터넷’, ‘아예 터지질 않는 인터넷’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하지만 여러분, 일단 독일에 와 보시라. 우리나라 무선 인터넷망이 과연 어느 수준으로 하이 퀄리티인가를 아주 촉촉하게 느끼실 수 있다.


 사실 독일은 비단 무선 인터넷 속도 뿐 아니라 뭐든지 다 느려터졌다. 정말 화가 치밀어 올라서 다 때려 부숴버리고 싶을 정도로 느린 것들이 한 둘이 아니지만 일단 여기선 무선 인터넷 얘기만 하자. 일단은 범위다. 독일에서는 ‘무선 인터넷 사각지대’를 심심찮게 경험할 수 있다. 땅이 넓고 평지가 넓어서 도시와 도시 사이 ‘빈 터’들이 정말 많은데(물론 진짜 빈 터는 아니고 경작지이거나 풍력 발전기가 설치된 경우가 많다), 이 빈 공간들에서는 인터넷이 거진 안된다고 보면 된다. 그런 곳은 애초에 갈 일이 없지 않느냐고? 다른 도시에 가기 위해 기차나 버스를 타면 반드시 지나게 된다. 특히 기차는 거의 저 ‘빈 터’ 사이를 질주한다. 때문에 기차에서는 사실상 스마트폰으로 웹 서핑을 할 수가 없다. 몇몇 비싼 기차의 1등석을 제외하면 와이파이도 제공해주지 않는다. 3G나 LTE가 떠야할 칸에 알파벳 ‘E’ 하나만이 덩그러니 떠 있는 모습을 보면 나 자신까지 에러가 생긴 듯한 느낌에 축 기운을 잃게 된다.


 물론 도시에서는 인터넷이 잘 터진다. 하지만 그것이 꼭 LTE는 아닐 수도 있다. 프랑크푸르트나 베를린 같은 급의 대도시에서는 LTE가 꽤 잘 터지는 편이지만(절대 100%는 아니다), 기타 중소 도시에서는 LTE와 3G가 50:50 확률로 번갈아 잡힌다. 조금 작은 도시에 가면 3:7 정도로 비율이 바뀐다. 때문에 독일 여행시 우리가 가장 자주 만나게 될 무선 인터넷 망 종류는 3G일 확률이 가장 높다. 이게 로밍 때문도 아니고 현지 유심이 에러라서 그런 것도 아니고, 원래 그냥 이 나라 인터넷 망이 그런거다. 우리나라에서 3G는 억지로 찾을래도 찾기 힘든 정도라 유럽 선진국에서 3G가 뜬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 없어 애꿎은 유심과 통신사를 탓하는 분들이 많은데, 당신은 아주 현지 생활 그대로를 체험하신 것이니 이제 그만 노여움을 푸소서.


 지하철에서는 인터넷이 아예 터지지 않는다. 독일은 프랑스나 스페인, 이탈리아 등과 달리 치안이 꽤 좋은 편이라 지하철에서 맘 놓고 폰을 꺼내셔도 괜찮다. 물론 그냥 들고만 계셔야 할 것이다. 인터넷이 안 되니까. 사실 지하철에서 초고속 인터넷을 쓸 수 있는 나라 자체가 몇 없다더라. 우리나라, 일본, 대만, 홍콩 정도 제외하면 대부분 지하철에서 인터넷은 못 쓴다는 듯. 우리는 지하철에서도 끊기지 않는 LTE를 마치 공기처럼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사실 세계 기준으로 봤을 때 기적이나 다름 없는 일인 것이다.


 의외로 와이파이는 꽤 설치를 잘 해 놓는 편이다. 식당이나 카페의 경우 2집 걸러 한 집은 와이파이를 제공하고 있으니까. 근데 문제는 와이파이 제공 업체가 속도 별로 가격을 다르게 받는다는 것이다. 당연히 식당이나 카페는 대체로 비싼 와이파이를 설치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와이파이도 느리다. 우리 집도 회사에서 깔아준 불안정한 와이파이를 쓰고 있는데, 마찬가지로 싼 걸 설치해놔서 몹시 느리다. 당장 이 글을 쓸 때 사진 첨부하는 것만 해도 고역이다. 1메가짜리 사진 한 장 업로드 하는데 3분씩 걸리니 원...

 

독일 대표 철도 라인 DB

 독일 인터넷 속도와 범위에 불평불만을 가득 늘어놨지만 사실 나는 프랑스와 스페인을 다녀온 이후 이 곳의 인터넷에 아주 큰 불만을 가지지는 않게 된 지 오래다. 프랑스 파리는 아주 빌어먹을 정도로 인터넷이 느려 터진 곳이었다. LTE는 아예 망이 없는 듯 했고(있기야 하겠지), 3G라고 뜨긴 뜨는데 너무나 느려서 구글맵도 잘 쓰지 못할 정도였다. 스페인은 파리보다는 조금 나았으나 사정은 비슷했다. 독일은 그나마 유럽에서 인터넷 선진국에 속하더라. 이 곳에 살면서 나는 왜 스마트폰 회사가 한국에서는 비싼 가격을 오래 유지하는 반면, 유럽에서는 가격 하락 폭을 크게 설정해 놓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여기는 굳이 좋은 스마트폰을 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갤럭시9니 아이폰 10이니 있으면 뭐하나? 3G 앞에서 스마트폰은 모두 평등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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