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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트롱 Mar 01. 2019

어쩌면 북한 김정은의 끝은 파국일지도 모른다

트럼프는 멍청이가 아니다.. 제발 무시 좀 그만하자

트럼프가 이렇게 화끈하게 나올 줄이야. 설마 하니 '빈 손 귀국'까지 감수할 줄은 몰랐다. 물론 김정은도 너무 과하게 지르긴 했음. 미국 현지에서 터지고 있는 마이클 코헨(전 트럼프 전속 변호사) 청문회 때문에 트럼프가 아무 성과 없이 돌아갈 수는 없을 거라고 판단했는지, 이번 회담에서 김정은은 대뜸 영변 핵시설 하나만 날리는 걸로 제재 전면 완화를 거래하려 했다고 한다. 이게 참... 미국 현지 엘리트들은 물론이고 전 세계 사람들이 다 그렇지만, 김정은도 트럼프를 너무 약하게 본 거 같다는 느낌이다. 저 양반 쉬운 양반 아닌데. 배짱이랑 '입' 하나로 커리어 다 쌓아 올린 대단한 인간인데..


원래 나는 김정은이 핵을 밀어붙이고 결국 완성한 시점에서 이 게임은 최종적으로 북한이 이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음. 자세한 건 지난해 3월에 쓴(북미 정상회담 확정 당시) 아래 포스팅을 참조하시길.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약간 디씨 스타일로 써서 퍽 재밌게 읽히는 듯;;


https://brunch.co.kr/@smartrong/37

근데 상황이 점점 북한에 좋지 않은 방향으로 돌아가고 있다. 이 얘기를 하려면 가장 먼저 북한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절대 조건'을 우리가 생각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바로 '핵 폐기'다. 아니, 비핵화가 쟁점인데 뭔 개소리냐고? 북한은 절대 핵 폐기 못한다. 북한이 바보냐? 핵 포기하면 그 순간 북한은 그냥 옛날처럼 가끔 남한에 무력시위나 한 번씩 해주고 미국 대통령에 폭언하는 거지 양아치 국가로 돌아가는 거다. 핵 없는 북한은 아무도 신경 안 써준다.


"핵 없애면 경제 발전 도와줌"하는 미국 말을 그대로 믿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미국 말 믿고 이런저런 거 다 포기했다가 독재자 목 따인 나라가 어디 한둘이냐? 역사적으로 적대국 입장에서 미국은 별로 믿을 만한 나라가 아니다. 나는 핵 관련 부분에서는 태영호의 말이 전적으로 맞다고 본다. 북한의 최종 목표는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는 거다. 논리적으로 그렇게 밖에 답이 안 나온다. 따라서 미국과 핵협상에서 북한이 내놓을 수 있는 최고 조건 역시 '핵 시설 폐기' 정도일 수밖에 없다. 초창기 김정은도 핵 만드는 중간 과정에서 제재를 받을 수는 있겠지만, 종국에는 "더 만들지는 않겠다"는 다짐 정도면 제재도 풀고 한층 강인해진 국력을 바탕으로 경제도 키울 수 있다는 믿음이 있었을 거다.

문제는 트럼프가 김정은 판단보다 훨씬 견고하다는 것. 트럼프는 무지한 대중들이 인식하고 있는 '저급한 막무가내' 이미지처럼 한 순간의 자기 포장, 정치적 위기 타파를 위해 북한에 지는 거래를 할 생각이 전혀 없는 인물이다. 무슨 노벨 평화상 이딴 의미도 없는 거 하나 받겠다고 이 상황에 종전 선언 같은 거 뜬금없이 때려줄 정도로 멍청한 인간이 아니란 말임. <거래의 기술>이라는 책을 썼을 정도로 트럼프는 본인의 거래술에 확신을 가지고 있는 베테랑 '협상꾼'이다. 그리고 트럼프가 30년 전부터 늘 하던 소리가 "나는 이기는 걸 좋아한다. 지는 건 혐오함. 대통령도 솔직히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내가 이긴다는 확신이 들 때 출마할 거임"이었음. 이기는 걸 너무나 좋아하는 트럼프는 북한 같은 약소국을 상대로 지는 거래를 해줄 생각 따위 전혀 없다고 이해하면 되겠다.


트럼프는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세게 나갔다. 겉으로 말하기에는 "아~ 우리 북한이랑 사이좋아~ 얘기 잘 통하는 중ㅎㅎ" 해놓고 실제 만나서는 전면 제재 완화해 줄 테니 핵 시설은 물론이고 이미 만든 핵까지 다 폐기하라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는 거. 우리 전문가들은 단계적 완화에 합의할 거니 어쩌니 떠들어 댔는데 또 틀리고 말았다. 솔직히 이럴 거면 애초에 그 먼 거리 날아가서 왜 만났나 싶을 정도다. 진짜 김정은 엿 먹이려고 날아간 듯;; 자세한 내용이 다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분명 김정은이 듣고 깨갱해서 조건을 계속 양보를 했을 텐데 결국 아무 합의에도 이르지 못한 걸 보면 트럼프의 대북한 전략은 정말 확고하긴 한 거 같다. 트럼프는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북한은 제재 해제를 원하면서 우리가 원하는 것(핵은 물론 탄두를 실어 나르는 미사일까지 폐기하는 완전한 비핵화)은 하지 않으려 했다"라고 말했다. 쉽게 말하면 "놀아주니까 착각하지 마라. 갑은 우리야"라는 거지.

김정은 입장에서는 이제 슬슬 얘기가 처음 각오했던 거보다 더 길어진다고 느낄 거다. 초조해지는 거지. 원래 생각에는 일단 핵을 완성해 놓고 하나하나, 그러니까 핵 제조 시설 조금씩 해체해 가면서 제재도 하나씩 풀어가면 될 거라고 생각했을 텐데, 트럼프가 너무 세게 나오니까 "어어?" 싶지 않을까? 거기다 제재가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더 강하게, 또 너무 길게 이어지니까 경제도 슬슬 버티기 힘들어진다는 신호가 나오는 중이다.



조사에 따르면 북한의 2018년 대중국 수출은 전년대비 무려 87%나 줄었고, 수입도 33%나 감소했다고 한다. 미국이 이끄는 제재 질서를 중국도 거스르지 못하고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거의 중국과만 무역을 하고 있음을 생각하면 뭐, 사실상 경제 마비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봐도 될 정도다. 2017년에는 GDP 성장률이 -3.5%에 그친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이른바 '고난의 행군'으로 불렸던 1997년 -6.5% 이후 최악의 수치였다고 한다. 2018년 성장률은 아마 -5%까지 추락했으리라 보고 있다고도 함. 한겨레 기사는 북한 내부 반응을 살핀 내용인데, 제재가 가속화되자 청년들이 "이러다 굶어 죽을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김정은에 대한 호감도는 상당히 좋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대로 제재가 쭉 이어지고 경제는 꾸준히 폭락하면, 그때도 민심이 멀쩡할 수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북한은 이제 더 이상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 핵은 절대 포기할 수 없는데, 핵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으면 제재는 끝까지 이어진단다. 핵 만드느라 오버한 탓에 안 그래도 약한 국력은 더 허약해진 상태다. 결국에는 1년을 못 버티고 마이너스 성장에 진입했고 경제는 빠르게 파탄 나고 있다. 경제가 무너지면 어떤 이념도 버틸 수가 없다. 미국은 북한의 다급함을 잘 알고 있고,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다시 말하지만 트럼프는 거래술 하나로 저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상대가 조금이라도 약점을 보이는 순간, 거래왕 트럼프는 그 약점을 물고 뜯고 상처내서 피범벅으로 만드려 할 거다. 그게 트럼프가 생각하는 비즈니스 세계의 약육강식 정의니까.


나는 지금도 김정은의 '핵 제조 폭주'는 정말 탁월한 승부수였다고 생각한다. 김정은은 당시 북한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수를 더없이 과감하고 용기 있게 던졌다. 이전 포스팅에서도 말했지만, 이건 김정일이었으면 못했을 대단한 결단이다. 김정은은 정말 뛰어난 리더십을 갖춘 높은 자질의 국가 원수가 맞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승부수는 실패로 돌아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60시간 동안 기차 타고 돌아가서 김정은은 어떤 고민을 할까? 이대로 무너질까? 아니면 또 다른 파격적인 수를 던질까.




p.s) 마침 지금(3월 1일 새벽 2시 15분쯤) 돌발로 진행되고 있는 이번 회담 관련 북한 리용호 외무상의 기자회견에 따르면, 이번 협상에서 북한은 '핵 제조 시설 완전 폐기와 연구 영구 중단'을 바탕으로 제재의 부분 완화를 요구했다. 이는 현재 북미 신뢰 관계를 고려했을 때 북한이 내세울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비핵화 방안이었다고 한다. 또 미국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기에 미국과의 정상회담이 또 만들어질 수 있을지 회의적이며, 다시 만나더라도 이 이상의 양보는 할 수 없다고 강변했다. 결국 북한은 예상대로 '이미 만든 핵은 보유하되 더 이상의 개발은 중단'을 주장했던 셈이다. 그럴 수밖에 없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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