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빛 지음
곰국
전문적으로 하는 식당 많이 있죠? 낯선 낱말이 아니다. 사전은 ‘소고기의 뼈를 진하게 푹 고아서 끓인 국’이라고 나온다. 소의 다리뼈를 물에 담가서 끓이면 뼈에 골다공증이 생기면서 진한 국물이 우러나는 것이다. 우려내는 시간만 만 하루 꼬박이다. 그럼 이 작업을 할 땐 하루 종일 냄비 옆에 붙어있어야 하느냐고? 그렇지 않다.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이용하므로 아침 일찍 설치해 두고 밖으로 나가 저녁에 돌아오더라도 문제될게 없다. 저녁에 가스를 바꿔서 더 우려내면 되는 것이다. 바꾸는 것에 신경을 써야 하니까 손이 갈 수 밖에.. 부지런해야 할 수 있는 작업이다.
이걸 읽으시는 분들 중에는 앞 페이지의 내용에서 고개를 갸우뚱 하시는 분들이 계실 수 있다. 웹 검색으로 찾아보면 뼈를 우려내서 만드는 건 설렁탕이라고 나오기 때문이다. 분명 내가 집에서 먹은 건 곰국이 맞다. 음식이란 지역마다 가정마다 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으니 시빗거리가 될 게 아니다. 나 빛은 시내 음식점에서 설렁탕을 아주 가끔 사 먹는다. 곰국 집에서 파는 곰국과 설렁탕집에서 파는 설렁탕의 국물은 다르다. 내가 집에서 먹는 곰국의 국은 곰국 집에서 파는 곰국에 조금 더 비슷하다. 곰국은 뼈를 우려내지 않는다는 교과서 이론에 너무 단정적일 필요는 없다.
조선시대는 왜구 및 서양의 침입이 워낙 많았다. 희생된 백성의 숫자는 수 천 명이었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피난이 일상이었을 것이다. 빨리 도망가야 하니 빠른 시간에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국물에 밥 말아서 후딱 마시다시피 먹는 거였다. 이렇게 먹다 체하는 사람들도 제법 있었을 듯. 국이 한국인 음식이 된 사연이 이러한 모양이다. 곰국의 사연은 여기에서 한참을 더 거슬러 올라가는 듯하다. 국 문화와 곰국의 시초의 연관성이라? 글쎄.. 아마도 조선 초기.. 애초에 한국 고유 음식이 아니었던 모양일세그려. 곰국은 궁궐의 보양식이었던 듯한데 대중 음식으로 된 건 6.25전쟁 시기였던 듯하다. 당연히 지역마다 방법이 다를 수 있을 것이다. 지역마다 입맛이 다르니까 만드는 사람이 자기 입맛이나 손님들 입맛에 맞게 개량했을 테니까. 아까 얘기했다. 고기를 넣고 우려내야지만 곰국이 아니라고. 방법은 차이가 있게 마련이라고.
어릴 때부터 집에서 직접 해 주시는 이걸 여러 차례 먹었다. 진한 국물에 밥을 말아먹으면 그 맛은 진짜 진국이었다. 지금도 가끔 먹는 데 김치를 곁들여 먹으면 환상적인 맛이 된다. 대중음식점, 사골곰국 전문점에서 조리해서 내오는 사골곰국 그 맛과는 천지차이의 맛이다. 12월에 성수동 인근 지
하에 위치한 곰국 집에 들어갔다. 진한 곰국이었지만 확실히 집에서 먹는 그 맛은 아니었다. 김치를 곁들여 먹을 때의 맛만 비슷했다. 집에서 먹는 곰국은 진했다. 시원하기 보단 진했다. 나 빛은 이 ‘진함’에 너무 익숙한지라 진함이 좋았고 너무 맛있었다. 영업집의 이 맛은 시원함이 더해진 맛이었는데 시원한 맛이 좀 낯선 맛이었다. 아마도 다른 무언가를 넣었기 때문에 진한 맛이 조금 다르게 느껴졌으리라 생각했다. 곰국은 저렴한 가격에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닌듯하다. 김밥천국 같은 음식점과 사골곰국 전문 음식점.. 어느 곳이 더 대중적일까요?
난 색깔 중에서 흰색을 좋아한다. 우유가 흰색이고 물감의 흰색, 도화지의 흰색, 사골곰국도 흰색이다. 잡곡밥, 현미밥을 잘 먹지만 밥의 색깔로 치자면 흰 밥이 좋다. 겨울에 내리는 눈.. 눈도 흰색이다. 색을 말한다면 말이다. 사골곰국의 흰색이 왜 그리 좋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