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편' - 알만큼 안다고 자만하는 자들이 일으키는 비정상의 정상화
‘나 이등병땐 안 그랬는데, 요즘 군대 왜 이러냐? 당나라 군대야. 요즘 이등병들은 왜 이래?’ 군대를 다녀오신 분들은 군생활 동안 선임들에게 날이면 날마다 들었던 말일 것입니다. 그러다 여러분이 선임이 되면 여러분과 동기들도 역시 하는 말, ‘요즘 애들 때문에 미치겠다. 아주 X판이댜 X판. 우리땐 안 그랬는데...’ 참 아이러니합니다. 나는 안 그랬는데 다른 사람은 이상하다고 하는 것이 말입니다. 사회나 회사도 내 세대는 낀세대라고들 푸념합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세상은 살기 좋아지지만 나만 좋은 기회가 없고 나쁜 경우만 당했다고 하는, 일명 낀세대라고 합니다. 무엇인가 나라 정책이 바뀌고 법이 바뀌면 젊은 층이나 연세 많으신 분들만 혜택을 본다는 식이고, 나만 손해를 보고 산다고 생각하며 본인을 포함한 우리 세대는 낀세대라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웃픈 것은, 어느 세대건 본인 세대가 낀세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세대는 없고, 모두가 나만 손해를 보는 낀세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란 것입니다.
회사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사분들은 이제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신입사원이나, 본인보다 직급이 낮은 동료들에게 말합니다. ‘나땐 이랬는데, 그렇게 안 했는데... 난 낀세대 야...’라고 말입니다. 본인의 예전 직장생활에 대해 가볍게 지나가는 웃긴 얘깃거리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절실히 느끼고 있는 피해의식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함과 동시에 후배를 괴롭히는 용도로 많이들 사용하곤 합니다. 요즘 말로 직장 내 갑질을 하게 됩니다.
악습을 답습하며 후배들을 괴롭히지 마세요.
‘내가 너만할 때는 친구랑 약속이 있어도 상사가 한마디 하면 약속도 취소하고 술 마시 고 노래부르고 집까지 모셔다 드리고 집에 갔어. 그리고 다음 날엔 칼같이 출근해서 숙취해소제도 준비하고 같이 해장도 했어. 그렇게까진 바라지도 않아... 그래도 어느 정도는 해야지, 안그래?’ 상사들이 자주 하는,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다. 뭐가 그렇습니까? 그때 여러분은 그런 상황이나 경험이 즐거우셨습니까? 만약 그 당시에 즐거우셨어도 이제는 그러면 안되는데 즐겁지 않았던 악습이나 경험을 왜 후배들에게 강요하십니까? 그 당시 그렇게 욕했던 그런 사람들을 그대로 답습해야겠나요?
지금은 세상도 바뀌고 회사도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익힌 문화와 생활방식도 다릅니다. 회사 업무 측면에서도, 부장급이 되면 출근해서 커피 마시면서 신문보다가 밥먹고 결재할 일이 생기면 결재하다가 술 마시고 싶으면 아무나 불러서 술 마시고 아무데서나 담배를 폈지만 지금은 커피를 타다 줄 직원도, 자리에 앉아 볼 신문도 거의 없고 담배도 건물 내에서 피우는건 엄두도 못내는 환경입니다. 보고서도 그렇습니다. 자로 줄을 그어가며 한자한자 손글씨를 쓰다가 타자기로 진화했고 잠시 정신을 놓아 틀리기라도 하면 다시 처음부터 새롭게 써야했지만, 지금은 컴퓨터로 쓰고 바로 고칠 수 있습니다. 결재도 손으로 하다가 도장도 찍다가 이제는 시스템으로 전산 처리하고 끝냅니다.
하루하루 조금씩 변해왔기에 예전 기억이 잘 안나고 실감이 안날지 몰라도, 상사 여러분이 일하고 계신 직장생활도 그렇게나 많이 변했습니다. 변한 환경에서 일하려면 당연히 사람도 변해야 하지 않을까요?
본인을 포함한 모두의 행복을 위해 앞장서 주세요.
선배님들, 아무리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을 못한다고 하지만 이런 것들을 한번 생각해 보시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조금이라도 다른 모습을 보여 주십시오. 이를 위해 피해의 식에서 벗어나십시오. ‘내가 어릴적에는 그런 피해를 보았는데 열심히 일해서 어느 정도 자리에 올라서니 나는 누릴 수가 없다니...’ 이런 피해의식 말입니다. 좋지 않은 관습은 없애는 것이 답이지 나도 누려보겠다고 똑같이 따라 하는건 아닐 것이며, 본인도 낀세대가 아니라 이런저런 상황이 바뀌면서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사람으로 인식하시기 바랍니다. 살아가면서 만난 모든 사람과 경험들에서 배울 점이 있었고, 앞으로도 있을 것입니다. 예전의 좋은 추억은 계속 유지해 주시고 나쁜 추억은 되새기셔서 반복하지 말아 주시고, 선배님들은 더 좋은 환경과 직장생활을 만들기 위한 등대가 되어주십시오. 이것 역시 위아래에 끼어서 손해만 본다는 입장이 아니라, 선배님들을 포함한 조직, 회사 그리고 사회의 모든 구성원들이 다 같이 혜택을 받는다는 그런 입장으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