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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군 May 08. 2018

생일을 준비하는 아기

첫 돌이 다가온다!

이번 주는 로테이션의 마지막 주다. 나는 3학년으로서 앞으로 거쳐가야 할 로테이션들이 대여섯 개 더 남았지만, 이제 졸업하는 4학년 학생들에게 이번 로테이션은, 졸업 여부를 결정하는 과제 발표가 있는, 아주 중요한 로테이션이다. (말은 이렇게 무시무시하게 하지만 다들 졸업 하기는 하지 뭐!)

졸업 과제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는데, 16주 동안 리서치 프로젝트를 완성시켜서 포스터 발표를 하거나, 아니면 자기만의 약국을 차릴 비즈니스 플랜을 세워서 발표하는 것이다.


지금 나의 로테이션의 프리셉터는 우리 학교 교수님 중 한 분이시다. 졸업 과제 중 한 종류인 리서치를 주 활동으로 하시는 교수님이신지라 4학년들의 마지막 로테이션 프리셉터로 인기가 많으신 교수님이시다.

올 해는 4학년 학생 세 명을 동시에 맡게 되셨다고 그랬었다. 그래서 나의 로테이션 내내 4학년 학생 세 명, 그리고 3학년 학생으로서 나 한 명 이렇게 네 명을 동시에 지도하셨다.

우리 네 명의 로테이션이 끝나갈 무렵인 만큼 지난주와 이번 주 우리 모두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바쁘게 배우고 있다.


며칠 전, 그날도 저녁 늦게까지 무슨 모임에 참가해서 다른 학생들이 리서치 발표하는 것을 듣는 늦은 행사가 있었다. 행사가 끝나고 집에 와 보니 어느새 시간은 밤 9시 30분. 아기는 진작 꿈나라로 가 있었다. 시어머니도 보통 9시면 주무시러 가시고, 남편은 깨어 있었지만 다른 형제들하고 게임을 하고 있느라 나 혼자 가방을 풀고 식탁 머리에 앉았다. 저녁 행사에 밥은 먹고 온 터라 배가 고프진 않았다.

그런데 식탁에 전에 못 보던 물건 하나가 놓여있었다. 1살 생일 케이크를 위한 양초였다.


아기도 제 나름대로 돌잔치 준비를 하고 있다.


아기 돌이 다가온다고 촛불 끄는 거 연습시키신다고 그러셨는데, 시어머니께서 사 오셔서 이 날도 연습시키신 모양이었다.

초를 보는데 그냥 뭔가 지금의 나와 아기의, 또 우리 가족의 상황이 이 초 하나로 한 번에 딱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엄마는 바쁘다고 밖으로 자꾸 돌고

아기는 그 와중에 다른 가족의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쑥쑥 자라고 있고

가족들은 (특히 시어머니께서는) 엄마가 밖으로 도느라 생긴 빈자리를 묵묵히 채워주시고.


돌잔치 준비도 로테이션 끝나고 있는 1주간의 방학 동안 시작하겠노라 벼르고 있었는데, 막상 나 빼고 다른 가족들은 벌써부터 돌잔치 준비에 여념이 없는 것 같다.

(사실을 한 가지 더 고백하자면, "돌잔치 밖에서 하자니 너무 비싸요. 그냥 집 뒷마당에서 할까요?"했던 나의 말 한마디에 남편과 시아버지가 몇 주 전부터 뒷마당을 치우고 바닥에 타일을 새로 깔고 해 오고 계시는 중이다. 지난 주말에는 화단 빈자리에 심을 식물들도 잔뜩 사 오셨다.)


아기도 아직까지는 촛불을 무서워한다고 하던데. 자기 첫 생일 파티 날에는 촛불을 불어 끌 수 있으려나? 제 나름대로 자기 생일 준비를 하고 있는 아기가 벌써부터 기특하다.



+ 제목 부분 배경 사진의 출처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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