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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군 Jul 07. 2018

가라앉거나 살아남거나

로테이션 3, 마지막 날 (6-29-2018) 이야기

우여곡절 끝에 세번째 로테이션도 드디어 끝이 났다.


약대 3/4학년 과정 중 해야하는 6개 로테이션 중, 선택 (elective) 로테이션이 아닌 필수 로테이션으로 처음 마친 로테이션이었다.

(필수 로테이션 카테고리는 community, health system, gen med, amb care 이렇게 4가지이고, 선택 로테이션은 카테고리가 매우 다양한데, 나는 managed care와 research를 선택했었다.)

이번 세번째 로테이션은 "Community" 로테이션 -- 한마디로 "동네 약국" 로테이션이었는데, 나는 집에서 10분 떨어진 곳에 있는 병원 안에 있는 24시간 외래 내진 환자 약국 (24 hour outpateint pharmacy)에서 지난 6주간 로테이션을 했다.


마지막 날에도 여느 날 처럼 아침 9시 30분에 출근, 1시 30분에 점심을 먹고 2시 30분에 돌아와 6시(즈음) 일을 마치는 스케쥴이었다. (6시 30분 즈음에야 약국을 나와서 결국 7시가 거의 다 되어서 집에 오긴 했다. 마지막 날까지 정말 한 없이 일해서 (?) 아쉬운 감정이 정말 하나도 없다!)

점심 먹고서 돌아오는 길에, 한 약사님이 "집에 가!"라고 하셔서 나보고 집에 가라는건줄 알고 혼자 들떠서 좋아했는데 알고보니 본인이 집에 가신다는 이야기였다 ...

근데 이 약사님이 한번 꼬옥 안아주시며 "다음에 보자~ 약사 사회는 좁아서 우리 다시 보긴 볼거같다" 라고 말씀 해주셨다.


점심 먹고 돌아와서 한참 일을 하고 있는데, 제일 젊은 약국 매니저 약사님께서 케익을 대뜸 차려들고 약국으로 들어오셨다. (어? 약국에서 뭐 먹으면 안되는데?)

"자 여러분 잠깐 누군가의 은퇴를 축하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약국 매니저가 세 분이 있는데, 그중 한분이 할아버지 뻘이다. 혹시 그분의 은퇴 날인가 싶었다.

약사님은 이어서 "우리의 인턴이 오늘부로 은퇴를 합니다"라고 말하셨고 약국 안에 있던 사람들이 나를 향해 박수를 쳐줬다. (은퇴는 무슨... ㅋㅋㅋ 약사님이 장난치신 것)

"지난 6주간 진짜 열심히 일해줘서 정말 고마워요. 다음주부터 우리 안보겠네!" (로테이션 마지막 주 내내 내가 이번 로테이션 패스 안하면 로테이션 끝나고도 계속 와서 일해야한다고 장난으로 말씀 해오셨었다.)

그러고서 케익을 주셨는데 참 예뻤다.


눈도 입도 넘 즐겁게 해준 케익. 예뻐! 맛있어!


근데 케익 받아들자마자 휴식 공간에 딱 놓고 다시 약국으로 곧장 돌아와 집에 갈때까지 또 계ㅖㅖㅖㅖ속 일해야 했다는 후문. 휴식 공간에 놓고 약국 사람들 같이 먹자는 뜻이었는데, 내가 한입 먹을 새도 없이 계속 일해야 해서 그랬는지 다들 선뜻 케익에 손을 못댔다고 한다. 결국 말짱한 케익을 집에 들고 와서 가족들하고 같이 먹었다.



로테이션 마지막 날 남편에게 한 말


"나중에 혹시라도 내가 졸업 하고나서 24시간 동네 약국에 일자리 지원 한다고 하면 꼭 말려야돼 알았지??"


이 로테이션 하는동안 진짜 너무 스트레스 많이 받고 어떤 날은 한밤중에 갑자기 약국에서의 일들이 생각나서 잠도 잘 못자고 그러기도 했었다. 우울증이 오는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정신적인 압박이 어마어마 했었는데 (특히 4주차, 5주차 때 시간이 너무 천천히 가는것 처럼 느껴졌었다) ...

근데 솔직히 돈 하나도 안받고 하루 7.5-8시간씩 6주를 했는데, 돈 받고 하면 좀 할만 하지 않으려나...?

(끝난지 1주일 되었다고 힘들었던 일들 다 까먹었나보다... ㅋㅋㅋ)



프리셉터의 최종 평가


위에서 말한 케익 증정식(?)이 끝나고, 다시 열심히 일 하고 있는데 나한테 케익을 주셨던 그 매니저 약사님께서 잠깐 보자고 하셨다. 마지막 날이라서 최종 평가를 하는 날인데 얼굴을 보고 직접 말하고 싶으시다고.


길지도 짧지도 않았던 최종 평가였지만, 기억나는 대화 내용들은 대충 이렇다.

1-2년 정도 바쁜 약국에서 일 경험 조금 더 쌓고 와서 이 약국에서 일할 생각을 해보라는 뉘앙스? (내가 잘못 알아들었나? ㅎㅎ)

이 약국을 로테이션 하면서 거쳐간 인턴들은 "가라앉거나 살아남거나 (sink or swim)" 둘 중 하나인데, 나는 살아남은 몇 안되는 인턴이었다고 그러셨다. (근데 6주 내내 내 심정은 꼬륵꼬륵 꼬로록이었다는 것)

내가 정말 프로페셔널하다고 몇번 거듭 강조해서 말하셨다. (강한 긍정은 부정이라던데 ...!) 나름 학교 이름에 먹칠 안하려고 열심히는 했지만 그래도 내가 이정도로 프로페셔널 했다고? 싶을 정도로 ...


그리고 학교에 제출 되는 평가서에는 나에 대한 평가를 이렇게 써주셨다. 흑흑



+ 제목 부분에 쓴 이미지 출처는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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