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머티즘 관절염 확진을 받은 지 26년째다. 20대 중반에 시작된 병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몸은 시간이 흐르는 대로 세월에 맡겨졌다. 간혹 심해진 통증과 약의 내성은 손가락을 변형시켰고 손가락은 아픈 나를 확인시켰다. 면역질환자가 겪는 감기나 위장질환 같은 작은 질환도 찾아와 체력도 약해졌다. 그래도 이 정도는 괜찮다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긴 시간을 보냈다. 그 위안에 숨어 아프지 않은 척, 보통의 건강한 사람인 척하며 숨어 지냈다. 이미 내 병을 알고 있는 사람조차도 내가 아프다는 것을 잊었다. 다른 사람에게 아프다고 말하는 것이 싫었다.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이 증명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난치병 환자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지 못한 채 26년이라는 시간을 보냈다.
내가 브런치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이유는 아픈 나를 인정하기 위해서다. 아픈 나는 내 삶의 흠집 같은 완전히 다른 나 같았다. 아프다고 말하면 열심히 살아온 내가 세상에서 부정당한다고 생각했다. 난치병환자인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질까 봐 두려웠다. 어쩌면 되지도 않는 완벽한 나를 꿈꾸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니면 괜찮은 내가,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왔다고 스스로 자부하는 나에게 치명적인 흠이 될 거라고 생각했었을까.
류머티즘 관절염을 진단했던 의사는 이 병과 친구가 되어야 한다고 했다. 완치되는 약이 없고 시간이 지날수록 합병증이 생긴다며 승자 없는 싸움이 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때는 이 말의 의미를 알지 못했다. 그때의 나는 젊었고, 아프지 않았다.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자 몸이 서서히 나빠졌다. 난 아픈 몸 뒤로 숨어버렸다. 사람들에게는 병에 대해 얘기하지 않았다. 누가 나의 손을 보고 내 병을 알아차릴까 걱정했다. 마음속 심연에 병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묻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 조차도 병이 있다는 것을 잊곤 했다.
나이가 들면서 면역력이 떨어지고 아픈 곳이 생기기 시작했다. 난소의 혹이 생겨 나팔관과 난소를 제거하는 수술을 했고 자주 위경련으로 힘들어했다. 완경기에 들어서면서 심리적 불안감도 불쑥불쑥 드러났다. 마음과 정신을 제어하고 통제하기 위해 책을 읽었다. 그러나 이전과 다르게 기억력은 떨어지고 책에 대한 것을 쉽게 잊었다. 기록을 해야 기억하고 남길 수 있을 텐데 좀처럼 기록하는 습관을 갖기 힘들었다.
글을 쓴다면 달라질까? 나와 가족과 친구들과의 일상을 글로 남기면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글쓰기를 시작했다. 몇 번의 에세이 수업을 들었다. 나와 주변을 관찰하고 생각하니 감정을 조절할 수 있었다. 과거와 현재의 아픈 나를 조금은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됐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니 스스로를 제어하고 조절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나를 지배하던 아픈 나를 인정할 수 있을 거 같았고 브런치가 그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브런치 작가를 신청하고 하루 만에 합격 메일을 받은 날, 새로운 시작을 응원해 주는 것 같아 행복했다. 나의 일상을 글로 남기고, 평범한 나의 글이 누군가에게 조금이나마 공감과 위로가 된다면 내 존재 의미가 짙어질 거 같았다. 구부러진 손가락으로 쓰는 평범하지만 특별한 나만의 이야기, 이제 그 이야기를 브런치스토리에 남기려고 한다.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생겼다고, 글을 쓰며 얘기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