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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미 Jul 27. 2022

아픔도 지나고 나면 그리움으로 진다

《그리운 메이 아줌마》


신시아 라일런트의 《그리운 메이 아줌마》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어른 남자와 어린 소녀의 아픔이 촘촘하게 박힌 소설이다.
입안의 모래알처럼 까끌까끌한 시간을 견디고 다시 일어선 서머와 오브의 성장통이기도 하다.
어린 서머와 친구 클리터스가 지닌 삶의 태도가 고스란히 저장된 책이기도 하다.



오직 사랑뿐인 커다란 통같은 사람

만나는 사람 하나 하나를 다 믿어주는 사람

아픔 많은 남편에게 삶의 의지를 심어준 사람

부모 잃은 서머에게 가슴을 내어 사람

따뜻하고 애틋한 사람,  메이




고아로 친척 집을 전전하며 잔뜩 주눅이 든 여섯 살 소녀 서머에게 메이의 녹슨 트레일러는 참사랑 넉넉한 둥지.  안팎에서 돌아가는 바람개비는 신비의 세계다. 메이와 오브 따뜻한 보살핌 존재를 알게 한 근원이다.

가난하고 연로한데다 건강하지도 지만 사랑만큼은 득한 양부모 사이에서 서머는 세포 마디마디 꽃을 피운. 빈틈없이 차올라 온몸을 휘감은 서머의 행복은 그대로 자양분이 다.


기억조차 나지 않는 엄마를 생각할 때 충분한 사랑을 주었던 분이라고 확신하는 서머. 엄마로부터 받은 사랑 덕분에 메이의 사랑을 볼 줄 알고 느낄 줄 아는 결이 고운 아이. 서머는 사랑받아 마땅한 녀석이다.


사랑 안에서 서로를 꼭 붙들고 의지하며 살아온 세 식구에게 닥친 불행은 그래서 더 큰 슬픔이갈기갈기 찢낀 아픔이다. 


열두 살 되던 해 양어머니 메이가 닿을 수 없는 먼 곳으로 떠나자 서머는 둥지 잃은 새가 된다. 울고 또 울어도 마르지 않을 눈물이 뼛속까지 스몄지토해내지도 못한 불안감에 휩싸인다. 또 다른 슬픔과 마주칠까 봐 두려워서다. 아픈 무릎에 연고를 문질러주 부인을 놓친 오브의 상실감이 그것이다. 서머는 오브까지 잃을까 봐 맘껏 슬퍼할 다. 깊은 상처를 스스로 소독하고 처매느라 비어져 나오는 신음을 참아내중에도 서머는 괴로움에 빠진 오브돌본다.


의 동반자 메이보낸 오브의 상실감은 심장이 멱살 잡혀 내동댕이질 당한 것 같은 극도의 충격이.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한 데서 오는 정신적 무력감에 힘없이 무너진 오브. 견뎌야 한다고  악물어 소용없는 다짐 되는 걸 보며 상처의 깊이를 짐작할 수 다. 폐인이 되다시피 한 오브는 서머에게 의존하는 처지지만 상실의 아픔이 얼마나 힘겨운지 알기에 함부로 비난할 수 없다. 약해진 자신을 인지할 수조차 없는 지경이어서 과연 회복이 가능할걱정부터 앞선다.


 돌릴 틈 없이 오브를 돌보는 어린 서머보며 아버지를 먼저 보낸 엄마에게 나는 무엇이었을까? 곱씹었다.

혼자라서 힘들다고 조금이라도 표현했다면 눈치채지 않았을까 핑계를 대보지만 그 변명이 악마의 요설 같다. 오브상처를 접하고서야 엄마의 상실감을 알아차린  무심함이 원망스러웠다. 애도의 시간은 충분했는지, 외롭 않았지 묻지도 살피지도 않은 채 엄마는 늘 강인할 줄로만 알았던 미련함이 죽도록 미웠다.

부탁한다는 말을 잊기라도 한 것처럼  단 한 번도 딸의 시간을 뺏지 않은 엄마.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죄책감이 가슴을 후벼팠다.


서머도 돌보지 못하고 생활도 꾸리못해 미안하는 오브의 부끄러운 고백이 서머 로 날아 들던 날. 서머는 안도의 숨을 뱉는다. 오브의 마음이 깨지지 않은 걸 보았기 때문이다.


현실을 인식하기 시작한 거라고 생각한 그날. 오브의 마음에 치유의 등불을 달아 주던 서머 친구 클리터스가 여행 가방을 챙겨온다. 오브의 소원대로 셋은 메이의 영혼을 만나러 떠난다. 비록 목적은 이루지 못했지만 오브는 슬픔을 희석할 힘을 얻어 돌아온다. 사랑으로 채워진 메이의 기억들을 붙잡고 가던 길 꿋꿋하게 가리라는 결심, 서머를 위해서라면 아픔도 그리움으로 편집하겠다는 다짐 그것이다.


아픔으로 철벽을 친 탓에 들어갈 틈조차 없었던 변화오브에게 찾아든 걸 알고 눌러 뒀 서머의 눈물이 봇물처럼 터졌다. 거머리처럼 붙어서 생채기만 내던 슬픔의 찌꺼기들이 떨어져 나갈 때까지 울고 또 울었다. 꼭 끌어 안아 서머의 눈물을 고스란히 받아 준 오브 가슴 한 복판 뻐근한 통증이 밀려나가는 걸 느꼈다.


엉뚱하지만 위로할 줄 아는 아이 클리터스 덕분에 오브와 서머가 아픔을 건너 고요한 평온을 찾았다. 불청객처럼 다가왔지만 서머와 오브가 충분한 슬픔을 느낄 수 있도록 이끈 클리터스야말로 메이가 보낸 조력자가 아닐는지.


슬픔을 삭이는 동안 서머와 오브가 버려둔 거친 마음 밭이 메이의 사랑로 개간되었으니 새로운 삶을 틔워 풍요롭가꿔 것이다. 그러다 어느 바람부는 날에 '눈부시게 새하얀 바람개비'가 팽글팽글 돌아가잘지낸단 대답인 줄 알고 메이를 향해 손흔들어 인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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