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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미 Jul 11. 2023

만다라 문양으로 회복을

융의 분석심리학을 배우고

요즘 미술심리치료지도자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중장년을 동요 없이 살아가려면 마음을 잘 돌보고 다스려야 할 것 같았다. 내가 모르는 나를 만나 격려하고, 사람을 이해하고, 나와 더불어 상대의 마음까지 치유할 수 있다면 다가올 시간이 풍요로워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다.


미술치료 심리이론 중 분석심리학 '개인의 무의식적인 요소와 내면세계를 탐구하여 불완전한 부분이나 심리적 갈등을 해결하고 성장하도록 돕는 심리학 근법'이라고 할 수 있다.


성장 과정에서 일어난 경험이나 상호작용은 개인의 인격과 정서에 영향을 끼쳐 무의식을 형성하게 한다. 무의식을 들여다보며 지나친 방어기제(의식에서 용납하기 힘든 생각을 억압하는 것)는 없는지, 내면에서 충돌하는 욕망과 충동, 고통은 무엇인지 알아내 해소하면서 성장해 나가도록 지향하는 것이 분석심리학의 치료 목표다.


무의식은 우리가 가지고는 있지만 아직 자아(의식 세계의 중심)와 연관되지 않아 잘 모르고 지나치는 심리적 경향이나 내용을 말한다. 무의식을 의식화(무의식의 내용을 인식하는 과정=심리적 깨달음)시키는 작업을 '자기 인식'이라고 한다. 자기 인식은 말처럼 쉬운 작업이 아니라서 오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융은 내면세계의 자기를 인식하여 자기실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또는 시작돼야 하는) 중년이 그래서 중요하다고 했다.


인생 전반기 삶의 목적이 외부 세계적응하여 자아(ego : 의식 세계의 중심)를 강화하기간이라면 후반기내면세계 시선을 돌려야 하는 시기이므로 무의식을 의식화하여 자기(Self : 의식과 무의식을 포괄하는 전체 정신의 중심) 강화가 목적이 되어야 한단다. 따라서 분석심리학에서 말하는 자기 인식 과정은 인생 후반기의 자기실현(자신의 의식과 무의식의 전체 인격을 실현하는 것, 잠재력과 가능성을 목적에 맞게 최대한 발휘하는 것)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자아를 페르소나(사회나 현실과 관계를 맺으며 형성되는 복합적 자아상/집단이 개인에게 바라는 행동 양식)와 지나치게 동일시하면 '자기(Self)로부터의 소외'가 생길 수 있다. 내적 정신세계와의 관계를 상실한 채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에만 부응하다 보면 신경증적 장애 증상에 노출될 수 있단 뜻이다. 인격이 해리되고 있다는 암시와도 같은 것이다. 경계 신호가 느껴질 때 무의식을 의식화하여 정신의 전체성을 회복하도록 는 것이 분석심리학의 역할이다.


분석심리학의 미술치료 기법에는 꿈의 해석, 적극적 명상, 만다라 등이 있는데 수업 중 우리는 만다라 활동을 해봤다. 만다라(산스크리트어 Mandala) 참 또는 본질 Manda + 소유 또는 성취 la의 의미로 마음속에 참됨을 갖추다, 중심과 본질을 얻다의 뜻을 가진다. 원 안에 명상을 통한 그림을 그림으로써 내면세계를 시각화하는 활동이다.


만다라를 그리기 전에 먼저 차분하게 몸을 이완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눈을 감은 후 평안한 음악과 함께 흐르는 내레이션을 들으며 떠오르는 비전, 형태, 느낌, 색상으로 심상(이미지)을 보아야 한단다. 명상을 마친 후 조용히 눈을 뜨고 내면이 이끄는 대로 혹은 그저 단순히 앞에 놓인 매체(미술 도구)와 색상을 선택하여 만다라를 그리기 시작했다.


명상 중에


숲 안으로 태양이 들어와 비추어요


는 내용이 귀에 들리자 '떠오르는 태양'이 시각화되며 숲이 환하게 밝아졌(대문 사진은 떠오르는 태양을 시각화한 것). 점점 시들어간다는 생각이 문득 떠오르다 사라지곤 했는데 그 말이 들리는  순간엔


그래 나도 떠오르는 태양이었지...

활활 타올랐지 그때는...


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채우며 덩달아 다시 떠오를 수 있다는 자신감에 저절로 손을 꼬옥 쥐게  되었다. 사회 어디서도 반겨주는 곳 없어 의기소침한 시절을 지나고 있지만 어쩐지 새로운 기대가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나이가 뭐 대수랴?


싶은 생각과 함께 몸과 마음이 가쁜해지면서 생기가 도는 느낌도 차오르는 기대를 거들었다. 어디서 어떻게 어떤 모습으로 살든 내가 나를 인정하면 두려울 게 없을 거란 생각에 미치자 그날 하루 작은 성공을 거둔 것 같았다.


숲에 동물이 나타났어요. 어떤 동물일까요? 각자의 마음에 떠올려 보세요. 그 동물이 나에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귀 기울여 보세요.


하는 내레이션이 들릴 때는 뿔이 두둑한 사슴이 연상되었다. 사슴이 나에게


잘했다, 그동안 참 잘했어


고 말하는 것 같았다. 무엇을 잘했다는 의미일까 짐작해 봤는데 전반적으로 모나지 않게 잘 살아왔다고 칭찬 듣는 기분이었다. 닥친 위기도 무사히 헤치고 꿋꿋하게 서 있는 네가 대견스럽다고 말하는 사슴은 마치 돌아가신 부모님을 떠오르게 했다. 꺾이지 않고 잘 견딘 너를 힘껏 안아주고 싶다는 의미로 들렸다. 마음이 환해지면서 보람차고 만족스러웠다.


다가올 시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까? 특별한 무언가를 찾아야 하지 않을까? 고민하기보다 가슴에서 우러나는 것을 배우고, 그것에 도전해야겠다는 마음이 솟구치는 시간이었다. 생산적인 일과 결부하기보다는 배우고 익힘으로써 내적 힘을 기를 수 있는 시간들을 가꿔보리라고 다독여 보았다. 그러다 보면 또 새로운 길이 열리고 깊은 인연이 다가오않을까?


깊은데도 불구하고 밝고 환한 숲이 연상되는 명상 시간을 통해 내 중심에도 아직 힘이 있다는 데 안심하며 수업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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