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순미 Sep 20. 2022

안달하지 않고 보낸 잠이 알려준 새벽

무례한 침범, 달아난 잠

고요한 밤공기를 가르며

빼에 빼엥 울어대는

요란한 저 소리는 무슨 사정일까?


무관심한 어둠은 들은 척 만 척인 자동차 경적 소리에   잠만  멀리 달아났. 이미 도망친 놈 애써도 잡을 수 없을 것 같아 억지로 감았던 눈꺼풀 올려 눈동자를 굴려보았.

암막의 밤은 먹물을 린 듯 온통 까맣윤곽없는 생각 눈발처럼 흩어졌다. 부스스 일어나 이불을 걷어내고 앉았. 


모두가 잠든 공간을 홀로 채우던 시계 소리가 또렷하다. 쉴 새 없어도 목적지 없어도 무작정 가야만 하는 시간의 숙명이 티익톡 티익톡 선명하 흐른.

'경적이  가는 길 동무되라고 내 잠을 흔든 거라?'


커튼 틈 사이로 비행운처럼 꽂힌 한줄기 가녀린 빛이 천장에 직선을 그었. 

'암막으로 둘러친 캄캄한 이 밤 무엇에 이끌려 예까지 들어선 거라니?'

가던 길 틀어 좁은 틈새로 삐죽이 들어와 여기 멈춘 건  번 깨면 다시 잠들지 못하는 내 처지외면하지 않은 빛의 호의라고 호기롭게 해석하며 거실로 나왔다.


희미한 빛은 달빛을 따라갈 수 없어,

잠에서 깬 난 달아난 잠을 따라갈 수 없어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어둠 속에 우두커니 섰다. 새벽 아슴아슴 밝아올 때가 언제일지 동쪽으로 난 부엌 창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집착할수록 잠이 더 멀어진다는 걸 알면서도 밤엔 자두어야 한다는 조바심으로 달아난 잠을 한사코 쫓았더랬다. 그럴 때마다 빛도 소리도 을 어지럽히는 방해꾼에 불과했다. 그런 날엔 단잠을 놓친 억울한 심정만 도드라져 바람 이는 새벽인지 햇살 는 아침인지 알 수 없는 하루가 타박으로 시작되었다.


오늘은 무슨 바람인지 글을 따라 나섰다. 집착도 조바심도 보내고 멀어진 잠 그대로 글을 쫓으니 가는 시간, 오는 새벽이 지루하지 않았다. 이루지 못한 잠 때문에 큰일이 날 것 같은 억울함이 차분하게 가라앉으니 파르스름한 새벽빛이 하늘가로 스며드는 게 보였다. 끔히 열린 창문으로 들어온 선선한 바람이 여느 새벽과 다른 풍경이었다. 노랗게 밀려오는 커다란 별빛이 꿈쩍 않던 어둠을 몰아내고 당당하게 내비치는 아침도 목격했다. 마주할 새벽과 아침의 느낌은 온전히 마음이 정한다는 걸 안달하지 않고 보낸 잠이 알려준 셈이다.  


처음으로 삭풍같은 잠과 화해한 기분이다.



그대의 눈을 안으로 돌려보라. 그러면 그대의 마음 속에 여지껏 발견 못하던 천 개의 지역을 찾아내리라. 그곳을 답사하라. 그리고 자기 자신이라는 우주학의 전문가가 되라.

<월든> 중에서 ㅣ 헨리 데이비드 소로
이전 07화 스틸 자와 결별했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