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관심한 어둠은 들은 척 만 척인데 자동차 경적 소리에깬 내 잠만 저 멀리 달아났다. 이미 도망친 놈 애써도 잡을 수 없을 것 같아 억지로 감았던 눈꺼풀올려 눈동자를 굴려보았다.
암막의 밤은 먹물을 뿌린 듯 온통 까맣고 윤곽없는 잡생각은 눈발처럼 흩어졌다. 부스스 일어나 이불을 걷어내고앉았다.
모두가 잠든 공간을 홀로 채우던 시계 소리가또렷하다. 쉴 새 없어도 목적지 없어도 무작정 가야만 하는 시간의 숙명이 티익톡 티익톡 선명하게 흐른다.
'경적이 너 가는 길 동무되라고 내 잠을 흔든 거라니?'
커튼 틈 사이로 비행운처럼 꽂힌 한줄기 가녀린 빛이 천장에 직선을 그었다.
'암막으로 둘러친 캄캄한 이 밤 무엇에 이끌려 예까지 들어선 거라니?'
가던 길 틀어 좁은 틈새로 삐죽이 들어와 여기 멈춘 건 한 번 깨면 다시 잠들지 못하는 내 처지를 외면하지 않은 빛의 호의라고호기롭게 해석하며 거실로 나왔다.
희미한 빛은 달빛을 따라갈 수 없어,
잠에서 깬 난 달아난 잠을 따라갈 수 없어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어둠 속에 우두커니 섰다. 새벽이 아슴아슴 밝아올 때가 언제일지동쪽으로 난 부엌 창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집착할수록 잠이 더 멀어진다는 걸 알면서도 밤엔 자두어야 한다는 조바심으로 달아난 잠을 한사코 쫓았더랬다. 그럴 때마다 빛도 소리도 잠을 어지럽히는 방해꾼에 불과했다. 그런 날엔 단잠을 놓친 억울한 심정만 도드라져 바람 이는 새벽인지 햇살 돋는 아침인지 알 수 없는 하루가 타박으로 시작되었다.
오늘은 무슨 바람인지 글을 따라 나섰다. 집착도 조바심도 돌려보내고 멀어진 잠 그대로 글을 쫓으니 가는 시간, 오는 새벽이 지루하지 않았다. 이루지 못한 잠 때문에 큰일이 날 것 같은 억울함이 차분하게 가라앉으니 파르스름한 새벽빛이 하늘가로 스며드는 게 보였다.빠끔히 열린 창문으로 들어온 선선한 바람이 여느 새벽과 다른 풍경이었다. 노랗게 밀려오는 커다란 별빛이 꿈쩍 않던 어둠을 몰아내고 당당하게 내비치는 아침도 목격했다. 마주할 새벽과 아침의 느낌은 온전히 마음이 정한다는 걸 안달하지 않고 보낸 잠이알려준 셈이다.
처음으로 삭풍같은 잠과 화해한 기분이다.
그대의 눈을 안으로 돌려보라. 그러면 그대의 마음 속에 여지껏 발견 못하던 천 개의 지역을 찾아내리라. 그곳을 답사하라. 그리고 자기 자신이라는 우주학의 전문가가 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