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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미 Oct 21. 2022

스틸 자와 결별했어요

Cm, 너와 끝이야

당신, 예감이 참 좋아.
저와 같은 길을 걷겠습니까?


확신과 의심 사이를 넘나들며 

썸일지 아닐지 고민하다가 

같이 걷겠다고 덥석

손을 내밀었어요.


스틸 자에게.


이거 그린라이트 맞을까요?

 



스틸 자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의 사고방식에 가까워지려고

애쓰며 살았어요.

자로   

오차 없이 사는 게 정답이라며 

항상 동의했.


실수로 떨어져 부러지는 것도 싫었습니다.

스틸  견고하고 꼿꼿하게 사는  의미있는 삶이라며 진지하게 받아들였죠.


스틸 자의 섬세한 계획대로 움직였습니다.

계획이 없으면 오히려 산만해져서요.

다들 그렇게 사는 줄 알

따로 놀지 않았답니다.


잘 짜인 시간 사이 공백이 생기

또 다른 일로 채워갔어요.

석류알처럼

빽빽한 시간을 보내야

실속있는 삶이라고 자긍했거든요.

공백은 여유롭다기보다 

느슨해진 거라고 착각했지요.


스틸 자는 점점  

나태해진다고 나무랐지만

저는 점점 

노고라질 것 같았어요.

차츰

마음에 경계선이 생기더라고요.


스틸 자와 조금씩 멀어져갔어요.

전족의 폐습에 

순종하 사람처럼

살고 싶지 않아서요.


약간은 휘어져 부러지지 않을

만큼만 친구 하

플라스틱 자와 약속했어요.

눈금이 더러 지워지기도 하고 남아있기도 해서

스틸 자와 함께할 때보다 자유하데요.

약간의 신축성은 숨통 트이게 돕기도 했고요.


그러던 어느 

마카롱 닮은 갑 속에  

줄자가 삐죽 나와 있는  보이는 거예요.

줄자가 있다는 걸 그동안 깜빡했지 뭡니까.

부드러우면서도 확하게 살아가는 

줄자와 함께라면

소금엣밥을 먹어도 맘 편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웬일일까요?

줄자처럼 부드러우면서

정확 사는 거?

말도 마세요. 얼마나 힘들게요.

1mm 10인치 따져가며 사는  

스틸 자와 별반 다를 게 없더라고요.

속에서 칼각의 세팅으로 누웠다 나오면 

유독 심한 잔소리는 어떻고요.


옳은 길일까? 

의심이 들기 시작하데요.


그래서

결심했어요.

다르게 살아보자고요.


지금은

눈금이 새겨자란 자는 

몽땅 웠어요. 

직선같은  맘에서.

그래도 흐트러지지 않더라고요.


가끔

널브러지면  어때요?

그게 곧

못난 삶은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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