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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순미 Dec 14. 2022

순간

행복찾기

순간이 여 시간이 되고 하루가 되고 일생이 된다. 순간을 놓치면 수많은 기쁨이 소멸되고 풍요로운 일생이었음에 궁핍하게 느껴질 수 있다. 감각에 집중하여 순간 포착을 잘하는 사람일수록 기쁨을 누렸던 기억이 많은 사람이다. 그 안에 행복이 촘촘하게 박혔을 니까.


어쩌다 얻어 걸린 일이라고 무심하게 흘려 보냈다면 순간의 행복을 데면데면 대했다는 뜻이고, 내면의 풍요를 잠재웠다는 이기도 하다.




무심코 들어간 작은 카페,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우락부락한 인상의 주인장이 투박한 손으로 건넨 커피에서 의외의 맛과 향이 피어나 입안을 사로잡는 순간

김밥이 먹고 싶을 때 식구 중 누군가 김밥을 사들고 온 순간

단 한 번의 간맞춤으로 칼칼한 김칫국이 입맛에 꼭 맞는 순간


내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가야만 하는 약속이 무기한 연기되는 순간

하기 싫은 일이었는데 하지 않아도 된다고 결정난 순간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던 날 느닷없이 넉넉한 시간이 주어진 순간


끊어질 듯한 허리에 손을 얹고 참아도 좀처럼 앉을 자리가 나지 않을 때 별안간 앞좌석 승객내리는 순간

계산대 위에 올린 물건이 1+1이라며 하나 더 챙겨가라는 순간

TV를 켰을 때 보고 싶은 영화가 방영되려는 순간


타인의 경사가 더이상 시기와 질투로 물들지 않는다는 걸 인식하는 순간

딱히 달라진 것도 달라질 것도 없는데 왠지 맘이 편해지는 순간

나도 모르게 욕심없는 상태인 듯한 기분이 드는 순간




수많은 순간이 일상에 널려 있다. 널린 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재량은 순전히 자기 몫이다. 감각에 뚜껑을 달아 닫아 놓으면 그 어떤 순간도 빛이 될 수 없고 사소한 행복도 알 턱이 없다.


"가치 판단의 무게 중심이 내 안에 있다면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알쓸인잡>에 출연한 심채경 천문학자의 말이다. 무게 중심이 다른  있다면 위태로운 나머지 순간을 알아챌 여유가 없을 것이다.

"예술은 창조하는 게 아니라 발견하는 것이다"

피카소의 말이다. 발견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것이 행복한 순간이다.


그동안은 남의 잣대를 신경 쓰느라, 겨를 없이 산다는 핑계를 대느라 순간을 놓치면서도 눈치채지 못했다. 그러고는 '힘들다, 피곤하다, 너무하다, 왜 나만 이럴까?'에 분노했던 것 같다. 곁에 있어도 알아보지 못했던 순간의 기쁨, 그것에 감사할 때 비로소 삶이 탄탄해질 수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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