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예감이 참 좋아요.
저와 같은 길을 걷겠습니까?
확신과 의심 사이를 넘나들며
썸일지 아닐지 고민하다가
같이 걷겠다고 덥석
손을 내밀었어요.
스틸 자에게.
이거 그린라이트 맞을까요?
스틸 자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그의 사고방식에 가까워지려고
애쓰며 살았어요.
자로 잰 듯
오차 없이 사는 게 정답이라며
항상 동의했지요.
실수로 떨어져 부러지는 것도 싫었습니다.
스틸 자 따라 견고하고 꼿꼿하게 사는 걸 의미있는 삶이라며 진지하게 받아들였죠.
늘 스틸 자의 섬세한 계획대로 움직였습니다.
계획이 없으면 오히려 산만해져서요.
다들 그렇게 사는 줄 알고
따로 놀지 않았답니다.
잘 짜인 시간 사이 공백이 생기면
또 다른 일로 채워갔어요.
석류알처럼
빽빽한 시간을 보내야
실속있는 삶이라고 자긍했거든요.
공백은 여유롭다기보다
느슨해진 거라고 착각했지요.
스틸 자는 점점
나태해진다고 나무랐지만
저는 점점
노고라질 것 같았어요.
차츰
마음에 경계선이 생기더라고요.
스틸 자와 조금씩 멀어져갔어요.
전족의 폐습에
순종하는 사람처럼
살고 싶지 않아서요.
약간은 휘어져도 부러지지 않을
딱 그만큼만 친구 하자고
플라스틱 자와 약속했어요.
눈금이 더러 지워지기도 하고 남아있기도 해서
스틸 자와 함께할 때보다 자유하데요.
약간의 신축성은 숨통 트이게 돕기도 했고요.
그러던 어느 날
마카롱 닮은 갑 속에
줄자가 삐죽 나와 있는 게 보이는 거예요.
줄자가 있다는 걸 그동안 깜빡했지 뭡니까.
부드러우면서도 명확하게 살아가는
줄자와 함께라면
소금엣밥을 먹어도 맘 편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웬일일까요?
줄자처럼 부드러우면서
정확하게 사는 거?
말도 마세요. 얼마나 힘들게요.
1mm 10인치 따져가며 사는 건
스틸 자와 별반 다를 게 없더라고요.
갑 속에서 칼각의 세팅으로 누웠다 나오면
유독 심한 잔소리는 어떻고요.
옳은 길일까?
의심이 들기 시작하데요.
그래서
결심했어요.
다르게 살아보자고요.
지금은
눈금이 새겨진 자란 자는
몽땅 지웠어요.
직선같은 내 맘에서.
그래도 흐트러지지 않더라고요.
가끔
널브러지면 좀 어때요?
그게 곧
못난 삶은 아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