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인으로 살아온 시간의 단상. 사

땀나면 병나는 사람 누구?

by 오순미

사회적 기준도 역사나 문화의 흐름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시대를 풍미하는 현상이나 사조, 유행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조에 마음이 움직이는 건 사회적인 힘 때문이다. 대중매체가 전하는 영향력을 외면하기 어렵고, 다수의 행동에 따르도록 부추기는 군중 심리도 무시할 수 없다. '지중해식 식단'이 건강에 좋다니 따라해볼까 싶기도 하고, '재테크 수단으로 주식이 뜬다'는 뉴스를 접할 땐 나만 시류에 뒤처지는 건가 조바심을 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른데도 '요즘은 ○○이 국룰(국민 룰. 보편적인 행위 또는 규칙을 뜻하는 신조어)이지.' 하면 나도 모르게 기웃거리게 다.


코로나 시기에 홈트 유행이 가속화되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헬스장에 갈 수 없는 처지니 집에서라도 건강을 챙기자는 홈트족이 하나 둘 늘면서 홈트는 관심 코드 품계를 달았다. 자세한 설명과 함께 누구든 따라할 수 있도록 제작된 유튜브가 넘쳐 본인에게 적합한 운동을 선택할 수 있었다. 나도 이참에 땀나게 운동하여 근육이나 키워볼까, 여기저기 검색하며 맞는 프로그램을 찾아보았다. 무릎과 허리 통증이 종종 불거져 통증의학과 진료를 받으러 다닐 때마다 PT를 권유받은 것도 있어 근력 운동을 해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였다. 근력을 키워야 파리도 가고 이태리도 간다며 의사는 누차 운동을 강조했으나 코로나가 성하던 시기이기도 하고 해본 적 없는 헬스를 덥석 시작하기가 망설여졌다. 마침 홈트 열풍이 불어 간단한 것부터 시도하자고 결심한 것이다. 의사의 지시대로 허벅지와 엉덩이, 허리와 복부 근력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졌다. 몸이 장작이라 어려운 동작은 건너뛰고 따라하기 쉬운 채널만 저장하기를 눌렀다.


꼼꼼한 설명을 반복해 들은 후 숙지됐다고 생각했을 때 몸에 대입해 보았다. '브릿지 자세'볼트와 너트가 빈틈없이 맞물려 조여지 듯 복부와 엉덩이가 바짝 긴장하는 느낌이었다. 누운 상태로 실행하되 허리가 바닥에서 뜨면 통증이 발생할 수 있다기에 엉덩이 들어올리는 자세를 때 온통 허리에 집중했다. 잘못하면 안 하니만 못하다기에 올바른 자세에 신중을 더했다. 동작 하나를 자분자분 완성해 가면서 탄력이 생길 뒤태를 상상했다.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엉덩이를 단련하면 핵심 근육인 코어를 단단하게 만들어 몸의 중심을 잡아준단다. 역동적인 움직임도 보상으로 따른대서 기대가 컸다. 뿐만 아니라 허리, 골반, 등 근육을 포함한 상체와 허벅지, 무릎, 종아리에 이르기까지 하체도 단련시킬 수 있다니 일석다조의 운동 같았다. 스쿼트가 부담스러워 하다가 중단했는데 브릿지 너 잘만났다, 싶었다.


역시 누운 자세로 두 다리를 몸과 직각이 되게 세운 후 내릴 수 있을 만큼(난 10~15도쯤, 아주 적은 각도)만 내려 복부에 이 유지되는 '레그레이즈 자세'를 할 때도 바닥에서 허리가 뜨면 안 된다고 하여 허리에 신경쓰며 천천히 따라했다. 윗몸일으키기가 하나도 안 되는 저질 신체에 볕들 날을 고대하며 매일 조금씩 복근 운동도 실천해 나갔다. 그동안 해오던 스트레칭과 병행하니 한 시간이 휙 지나갔다.


걷기와 스트레칭만 하며 살아온 나에게 근력 운동은 후드티가 머리 중간에 걸려 벗겨지지 않는 것처럼 되알졌다. 동작에 1~2분쯤 버티려면 몸을 지탱한 팔과 다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근육 좀 키워보겠다고 동작마다 정확하고 낭비없이 몸을 움직여도 운동 모토 '땀나게'표현 불능증에 걸린 것처럼 역할을 하지 못했다. 살아온 과정 중 가장 치열하게 사용한 몸이지만 한도 초과 떨림만 애처롭게 등장했다. 땀나게 운동하고 샤워한 후의 개운함을 말하는 수많은 이들의 경험담에 동참하고 싶어도 체질상 같은 마음을 느낄 수가 없었다.


걷기를 처음 시작할 때 파워 워킹을 하면서 땀을 내야 제대로 된 걷기라는 집단 의식에 동참하려고 팔을 휙휙 휘두르며 세차게 걸은 적 있다. 땀나는 걸 견디며(그래봐야 미스트 한 번 칙 뿌린 정도)3~4일 고 나니 오히려 몸살 기운이 스며들었다. 파워 워킹으로 석연찮은 반응이 나타나자 땀흘리며 운동하는 게 나와 맞지 않는 방식인 것 같아 서둘러 단절해버렸다. 그 후로는 걷기도 '힘주어 빠르게' 보다는 '보폭을 넓혀 천천히'로 전환하게 되었다. 남들이 보기에는 산책 정도지만 오랜 기간 걷기에 매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릎 통증이 발생해 도무지 납득이 가질 않았다. 20년 넘게 매진한 걷긴데 시간이 흘렀어도 결국 같은 자리였구나, 싶어 열불이 낫다. '그나마 그렇게라도 걸으셨으니 이 정도'라고 생각한다는 의사 말에 씩씩대던 마음이 좀 누그러들었다.


체질상 땀도 잘 나지 않지만 땀이 날 만하면 그 자체가 불쾌해 식을 때까지 벤치에 앉아 기다렸다가 다시 걷곤 했었다. 땀이 나면 일단 컨디션이 주저앉기 때문에 무엇을 진행해도 짜증에 가려 성과를 낼 수 없었다.


사우나와 찜질방을 그닥 즐기지 않는 것도 습하고 뜨거운 열기와 궁합이 맞지 않아서다. 촉촉하게 땀이 올라오면 개운한 게 아니라 몸이 묵직해진다. 수족 냉증이 있어 몸을 뜨거운 물에 담그거나 열기가 감도는 찜질방에서 따뜻하게 데우혈액순환이 잘 될 것 같은데 오히려 두통이 찾아들곤 했다. 꽉 막힌 공간의 냉기도 열기도 내겐 그저 불청객에 불과했다.


나원참!
이해할
수 없는
소음인
몸뚱이


소음인은 몸이 차서 땀을 많이 흘려선 안 되는 체질이란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무리한 운동으로 땀을 많이 내면 오히려 기력이 달리고 몸이 차가워지기 때문에 식욕부진이 생기고, 피로감, 짜증 등으로 병나기 쉽단다. 소음인은 땀을 많이 흘리지 않고 물을 잘 마시기만 하면 큰 병이 나지 않는단다. 사우나에서 땀을 빼고 나면 어지럽고, 사지의 기운이 모조리 빠져나가 3~4시간의 회복기를 거쳐야 다른 일상을 꾸릴 수 있었던 원인이 결국은 체질 때문이었다.


땀빼며 운동해야 개운하다는 일반적인 상식이 소음인 체질에는 통하지 않는다. 좋다고 하니 무조건 따라하다가는 체질에 맞지 않아 병날 수 있으니 내 체질을 아는 것도 지혜가 아닐는지.


2022.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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