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그림 생각
나는 선크림과 선글라스와 양산으로도 가려지지 않는 햇빛을 원망하며 커피숍을 찾아가고 있었다.
길가에서 한 사내가 무거운 짐을 가게 안으로 옮기고 있었다.
벌겋게 익은 얼굴은 땀으로 범벅되어 있었지만 그는 맨 얼굴로 이글거리는 햇볕을 속수무책으로 맞고 있었다.
땀 닦을 수건 하나 없이 그는 묵묵히 짐을 옮겼다.
헐떡거리는 숨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했다.
그 순간 나는 한 번도 더워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더우면 에어컨을 켜고 선풍기는 하루 종일 틀어놓는다.
냉동실에 가득 얼려놓은 얼음을 꺼내 아이스커피를 만들어 먹거나 차갑게 식힌 맥주를 꺼내 마신다.
그래도 덥다면 과도한 냉방으로 시원하다 못해 추워지는 커피숍으로 피신한다.
잠이 안 오는 열대야에는 심야 영화를 보러 시원한 극장으로 간다.
나에겐 더위를 피할 방법이 얼마든지 있고 여러 선택지를 부담 없이 돌려가며 사용할 여유도 있다.
그러나 세상 모든일이 그렇듯 더위조차 공평하지 않다.
누군가에게 더위는 피할 수 있는 것, 덜 겪을 수 있는 것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저 온몸으로 겪어내야 하는 숙명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창문도 없는 쪽방에서 피할 길 없는 더위를, 찜통 같은 열기를 고스란히 견뎌낸다.
더워 죽겠다고 소리쳐야 할 사람들은 그들인데,
언제나 그렇듯 세상은 그들의 목소리는 듣지 않는다.
소방관들, 군인들, 경찰관들, 주차요원들, 택배기사들, 건설노동자들, 농부들...
세상의 많은 사람이 35도가 넘는 더위에서도 바깥에서 땀을 흘리며 일한다.
카디건을 입지 않으면 추워서 일을 할 수 없는 사무실로 출근하는 나는 더위 속에서 일한다는 게 어떤 건지 모른다.
나는 진짜 더워본 적이 없다.
더워도 불평할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