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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밤에 바이올린

by 기운찬


차오르는 달빛 속에 바이올린을 움켜쥐고 연주를 한다. 미숙한 손놀림 때문에 아름다운 선율은 나오지 않지만 그럼에도 부지런히 손을 움직인다. 내가 잠을 미루면서까지 바이올린을 연습하는 이유는 첫 번째, 나와의 약속이다. 나는 바이올린을 연습하기로 어제의 나와 약속했다. 두 번째, 확인하고 싶다. 의식적 연습이 정말 실력 향상을 가져오는지 확인하고 싶다. 세 번째, 포기하기 위해서다. 내가 바이올린을 포기하기 위해서는 59만 7760분을 더 연주해야 한다.


이유가 분명해서일까? 쉽게 싫증 내고 그만두는 내가 바이올린을 꾸준히 연습하고 있다. 심지어 목이 뻐근하고 손가락에 쥐가 나도 그 느낌이 나쁘지 않다. 과거의 나보다 더 나아진 나를 보는 것은 이러한 고통을 잊게 만든다. 분명 나아지고 있다. 조금씩이지만 분명 나아지고 있다.


실력도 나도 세상도, 밝은 달빛 아래 더 나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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