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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처럼 푸근했던 겨울

by 기운찬

지난 겨울, 밤 11시부터 아침 7시까지 야간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보통 새벽 2시쯤 식사를 하지만, 퇴근 무렵이 되면 배가 너무 고팠다. 근무를 교대하고 집으로 향하는 길, 겨울이라 아직 어두운 그 길 사이로 유일하게 불이 켜져 있는 24시 편의점은 내 주린 배를 채워주는 곳이었다. 난 매일 아침 퇴근길에 그 편의점을 들렀고, 모든 종류의 빵을 먹어보았다. 그중에 내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빵은 귀여운 토끼가 그려져 있는 보름달 빵이었다.


아침에 그 편의점은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아저씨 한 분이 계산을 하신다. 내가 매일 인사를 해도 아무 반응을 해주시지 않는 무뚝뚝한 분이셨다. 그날도 보름달 빵을 계산하고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며 나가려는데 아저씨가 나를 불러 세웠다. 내가 놀라 뒤돌아보니 '학생 이거 가져가'라며 내게 무언가를 건네주었다. 군고구마였다. 얼떨결에 군고구마를 받은 나는 '감사합니다.'라고 다시 인사를 드렸다. 편의점을 나서며 본 아저씨의 얼굴은 평소처럼 아무 표정이 없었다. 하지만 난 그 무뚝뚝한 표정 속에서 왠지 모를 따뜻함을 느꼈다. 그래서일까, 지난 겨울은 보름달처럼 푸근하고 군고구마처럼 달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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