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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변화를 함께 걸어갈 친구

호명사회를 읽고

by 기운찬

최근 1인 개발자를 위한 강의를 만들고 있다. 강의 제목은 [비전공자 혼자서 하루 만에 앱 출시하기]이다.


대부분의 앱 개발 강의는 앱 개발에 대한 기술적인 측면만을 다루고 앱 출시는 거의 다루지 않는다. 출시를 다루지 않는 이유는 아무래도 그 과정을 다루기 귀찮기 때문일 것이다. 플랫폼 별로 정책이 바뀌거나 웹사이트 UI가 바뀌면 강의의 내용도 바뀌어야 할 테니까. 혹은 정말 앱 출시에 대해서 그다지 관심이 없을 수도 있겠다.


1인 개발은 취업이나 취미를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기술을 익히고, 기본기를 쌓고, 앱을 개발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를 빠르게 구현하고,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니 1인 개발자에게는 앱 출시를 하는 것이 앱 개발을 잘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그래서 이 강의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이런 의문도 들 것이다. 네가 가진 노하우를 공유하면 경쟁자가 늘어날 텐데 왜 강의를 만드냐고. 그냥 사람들의 관심을 끌만한 기술 몇 개 보여주고 나머지는 숨겨야하는 것 아니냐고. 사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내 노하우를 공유하는 것이 나에게 과연 좋은 일일까?', '경쟁자만 늘리는 바보 같은 일은 아닐까?'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의문은 최근에 겪은 번아웃을 통해 완전히 사라졌다.


혼자서 앱을 개발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과 실제 수익을 내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모든 사람이 앱을 개발할 수 있더라도 고객(사용자)이 선택하는 앱은 한계가 있다. 앱을 많이 개발한다고 수익이 보장되는게 아니라는 말이다. 수익을 내려면 실질적인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이것은 내가 알려주는 노하우와는 별개의 영역이다.



나는 1인 개발자가 많아지길 바란다. 주변에 아이디어가 있지만 실행하지 못하는 이들을 많이 봤다. 그들은 '언제가 해야지' 라며 하고 싶은 일을 참거나 큰 돈을 들여 개발자를 고용한다. 그리고 대다수가 원하는 결과물을 얻지 못한다. 이것은 과거에는 당연한 과정이었을지 모르나 이제는 사회적 비효율일 뿐이다. 시대가 변하여 이제는 누구나 자신의 아이디어를 코드로 구현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내가 어떻게 앱을 만들어...?' 그들이 그토록 두려워하는 일이 사실 엄청나게 쉬운 일이란 걸 나는 안다. 내가 그랬으니까. 그러니 그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다. 내가 가진 기술을 '꿈을 가진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것. 이것이 내가 가진 가치를 사람들과 나누는 방법이다. 우리 사회를 더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이다.


이타적 가치관을 지닌 이들이 전체 생태계의 공존을 위해 노력할 때, 서로는 더 큰 비전을 바탕으로 상대의 선함에 의해 고양되고 강화되기 마련입니다.
[호명사회]


놀이터에 혼자 있다고 해보자. 놀이터의 모든 기구를 내가 독차지할 순 있겠지만 하나도 재미없을 것이다. 1인 개발도 마찬가지다. 사실 혼자서만 해도 된다. 대개는 그렇게 한다. 그런데 재미가 없다. 외롭다. 내가 번아웃을 겪으며 처절하게 느낀 감정이다. 습관 챌린지도 혼자 하면 3일 만에 포기하지 않던가. 그들도 분명 나처럼 놀고 싶지만 혼자 놀이터에 있는 나를 멀리서 지켜만 볼 뿐이다. 그렇다면 멀리서 구경하는 친구들을 데려오면 된다. 내가 노는 방법을 알려줄 테니까. 다같이 재밌게 놀면 된다.


그래서 강의를 만든다. 함께 놀기 위해서. 각자의 아이디어를 현실로 구현하고 사람들에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그 과정에서 노하우를 습득하고 함께 나누는 것. 나는 이런 시너지를 원한다. 시대의 변화를 함께 걸어갈 친구를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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