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은 참 중요하다. 눈이 어느 방향을 보고 있느냐에 따라 보이는 풍경이 달라진다. 내 눈에 보이는 풍경이 곧 나를 이끈다. 성향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믿고 있는 성향으로 자신을 이끈다. 예를 들어 자신이 내향적이라고 믿는 사람은 자신을 안으로 이끈다. 자신이 외향적이라고 믿는 사람은 자신을 밖으로 이끈다. 그렇게 언제 얻었는지 모를 나침반을 손에 꼭 쥐고서 바늘이 가리키는 곳을 향해 전진한다. 마치 다른 방향은 '나'가 아니라는 듯이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끊임없이 변하고, 이는 성향 또한 마찬가지이다. 100명이 앉아 있는 강의실 단상에 서면 말을 더듬는 말더듬이가 1000명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네임드 유저로 활약한다. 초중고를 같이 나온 친구 앞에서는 매번 덜렁대는 사람이 경쟁이 치열한 회의실 안에서는 빈틈없이 일을 처리하는 완벽주의자가 된다. 이등병 때는 선임 눈에 띄지 않으려고 입을 다물던 겁쟁이가 병장이 되어서는 처음 보는 신병에게 몇 시간씩 조언해대는 오지라퍼가 된다.
잠깐, 저런 상황에서는 성향이 달라지는 게 당연한 거 아니냐고? 맞다. 당연하다. 더 나아가, 굳이 위의 상황처럼 극단적이지 않더라도 미세한 요소에 의해 성향은 시시각각 변한다. (당장 대인관계의 중요성을 언급한 글 한 문장만 읽어도 당신의 외향성이 커질지도 모른다)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모든 사람 앞에서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건 아니다. 외향적인 사람이라고 해서 자기만의 시간을 혐오하는 건 아니다. 우리 모두 내·외향을 함께 지니고 있으며 고정되어 있지도 않다.
각자, 안 주머니에 고이 모셔둔 나침반을 꺼내보자. 아까까지만 해도 한 곳을 가리키던 바늘이 지금은 혼란스러운 듯 빙글빙글 돌고 있을 것이다. 하하 그렇다고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제야 당신 주변의 모든 풍경을 볼 수 있게 된 거니까. 원하는 방향으로 발을 내딛기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