왔다가 가버리지 않는 것 찾기

by 기운찬

나는 내 안에서 '왔다가 가버리지 않는 것'을 찾고 있다. 왔다가 가버리지 않는 것이야말로 내 삶의 *근원이며 믿고 의지할 만한 무언가가 아닐까란 생각에서다.


먼저 감각을 살펴보기로 했다. 감각은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긴 하지만 상처가 아물면 고통이 사라지듯 영원히 이어지진 않는다. 그다음 감정과 생각을 살펴보기로 했다. 이것들은 과거에 대한 기억이나 미래에 대한 환상에 머물러 있다. 감각처럼 연속적이지도 않을뿐더러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왜곡되고 지워진다. 마지막으로 몸을 살펴보기로 했다. 몸은 지금 이 순간에는 온전히 존재하는 것 같지만, 몸 또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성장하고 노화한다. 몸도 결국 왔다가 가버린다.


감각도, 감정도, 생각도, 몸도, 모두 왔다가 가버린다면, 나의 근원은 도대체 무엇일까? 내 안에 믿고 의지할 만한 무언가가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그런 의문에도 불구하고 내 안에 무언가는 매 순간, 감각, 감정, 생각, 몸을 알아차리고 있다. 마치 의식과도 비슷한 거대한 무언가가 말이다. 머리로는 그 무언가를 헤아릴 수 없다. 너무 거대해 그 무언가의 일부만 느낄 뿐이다. 그 일부라는 것도 실은 '알지 못함'이다. 나는 이 '알지 못함'과 친해지고 싶다. '알지 못함'과 친해진다면 '왔다가 가버리지 않는 것'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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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원 : 사물이 비롯되는 근본이나 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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