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책사이 Jun 10. 2016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

책과 사랑에 빠지다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

The Uncommon Reader》 앨런 베넷 장편소설

영국의 극작가이자 소설가인 앨런 베넷의 소설.

장편소설이라고 하나 140페이지 남짓의 짧고 얇은 두께의 소이다.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


나의 책 사랑을 익히 잘 알고있는 지인이 

나를 위한 책이라고  적극 추천해준 책이다.


읽으려고 잔뜩 쌓아놓은 책들을 뒤로 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이 책부터 읽기 시작했다.



소설의 주인공은 뒤늦게 책과 사랑에 빠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이다.


제목은 조금 딱딱한 느낌이 있지만 책 속 여왕님은 '일반적이지 않은' 계층과 지위의 존재임에도

표지 그림이나 중간중간 삽화들처럼 책에 관한 한 굉징히 정감가는 인물이다.


어느 날, 책 읽기에 큰 관심을 두지 않던 영국 여왕이 잠시 이동도서관에 들러 한 권의 책을 빌리게 된다.


이어서 빌린 또 한 권의 책에  마음을 빼앗긴 여왕은 독감에 걸린 것 같다는 핑계를 대고 침대에 누워 책을 계속 읽기 시작한다.


여왕은 어떤 책을 읽으면 그 책이 길잡이가 되어 다른 책으로 이끈다는 것도 깨닫게 되었다. 고개를 돌리는 곳마다 문들이 계속 열렸고, 바라는 만큼 책을 읽기에는 하루가 너무 짧았다.


한 권 한 권 책을 읽어나가면서 여왕은 점점 독서가 주는 자유로움과 즐거움에 흠뻑 빠진다. 이러한 세계를 너무 늦게 만난 것에 안타까워하며 여왕은  자신이 놓친 시간을 만회하기 위해 더 열심히 책을 읽어나간다.


'갑자기 왜 이렇게 책 읽기에 사로잡혔을까?'

여왕은 생각한다.


책 읽기가 매력적인 이유는 책이 초연하기 때문이다. 문학에는 당당함이 있었다. 책은 독자를 가리지 않으며, 누가 읽든 안 읽든 상관하지 않는다. 여왕 자신을 비롯해서 모든 독자는 평등했다. 여왕은 생각했다. 문학은 연방이고, 문자는 공화국이라고.
책은 누구에게도 경의를 표하지 않는다. 독자는 누구나 평등하다.

익명이 되는 흥분,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흥분, 평범해지는 흥분.

동떨어진 삶을 살아온 여왕은 이제 자신도 모르게 그 흥분을 갈망하고 있었다.여기, 이 책장과 이 표지들 속에서 여왕은 평범해질 수 있었다.

책은 점점 여왕의 일부가 되었다.


풀빝에 풀썩 누워 읽는 책의 맛이란..!
여왕에게 독서란, 작가에게 글쓰기와 같은 의미였다. 즉 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고, 작가가 글을 쓸 숙명을 받아들이듯, 여왕은 책을 읽을 숙명을 인생의 이 황혼기에 받아들여야 했다.


공감가는 여왕의 독서법

한 권을 읽으면 그 책에 따라 다음 책으로 이어지고, 두세 권을 동시에 읽을 때도 많다. 메모를 시작하면서 늘 손에 연필을 들고 책을 읽는다.
가슴에 와 닿은 구절을 그대로 베낀다.
혼자서 길게 토론을 나누고 자신의 생각을 종이에 점점 더 많이 적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여왕은 음악회에서 모차르트의 음악을 듣다가 모차르트는 사후에도 여전히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음을 깨닫는다.

여왕은 “나는 내 목소리도 못 내”라고 한탄하며

이제 책 읽기보다 더 실천적인 것, 죽은 후에도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다.

바로 글쓰기를 통해서 말이다.

어둠 속에서 여왕은, 문득, 자신이 죽으면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만  존재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누구에게도 종속되어본 적이 없는 여왕도 죽고 나면 다른 모든 사람과 다를 바 없어질 터였다. 책 읽기는 그것을 바꿀 수 없다. 그러나 글쓰기는 그것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책을 쓰는 일은 자신의 인생을 적는 것이 아니다.
 자신의 인생을 발견하는 것이다.

여왕은 알게 된다. 그저 공책의 제목일지라도 뭔가를 적었을 때, 책을 읽은 뒤 그랬던 것처럼 행복을 느낀다는 것을.

단순한 독자로 머물고 싶지 않다. 쓰는 것은 실천이다.



여왕은 자신의 여든번째 생일을 축하하는 행사에 그동안 자신에게 조언을 해왔던 국왕 자문회 사람들을 모아 파티를 연다.

여왕이 말한다.

"아시는 분도 있겠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나는 열성적인 독자가 되었습니다. 책 덕분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식으로 인생이 풍부해졌습니다. 그러나 책은 거기까지만 짐을 이끌 뿐이었죠. 그래서 이제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책을 읽는 사람에서 글을 쓰는, 아니 쓰려고 애쓰는 사람이 될 때가 말이죠."


이러한 여왕의 결정에 총리가 계속 반발한다.

'왕가에서는 책을 발간한 적이 없다'고.

'왕위를 버려야 쓸 수 있다'고.


여왕의 마지막 일격.

"그럼...오늘 이 자리에 다 모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여왕님의 '일반적이지 않은' 결정에 나또한 회심의 미소가 지어진다.


제목의 의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옮긴이의 말처럼 '책 읽는 사람' 자체가 '일반적이지 않은' 현실에 대한 작가의 걱정과 충고가 담겨있는 제목인지도 모른다.

또한 책 읽기에서 글쓰는 행위로 발전되는 모습도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의 모습일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이지 않은 독자'가 많아지면 '일반적인 독자'가 되는 것 아닌가.

그러고보면 '일반적이다 일반적이지 않다' 라는 말은 다분히 상대적이다.

중요한 것은  책 혹은 독서가 나에게 갖는 의미일 것이다.

책이 있어도 읽지 않으면 소용없고,

실천하지 않으면 책은 그저 책으로 끝나는 것이다.


고로 "읽고, 실천하자!"


비어있는 의자의 주인공은 바로 '당신'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수박향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