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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Jul 01. 2016

영화 <아무르>

삶, 사랑, 그리고 죽음에 이르러

영화 <아무르>


감독 : 미하엘 하네케

주연 : 장루이 트린티냥(조르주 역),

           엠마누엘 리바(안느 역)

개봉일 : 2012. 12. 19

상영시간 :  127분


영화 제목 <아무르>는 불어로 '사랑' 을 뜻하지만 삶과 맞닿은 죽음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하는 영화이다.


예전에 《어떻게 죽을 것인가》 라는 책에서는

나에게, 사랑하는 이에게, 그리고 가족에게

죽음의 시간이 다가온다면 어떻게 맞이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현실적이면서도 여러 사례를 들어 방법적인 면에서 접근했다면,


영화 <아무르>는 그 중 하나의 구체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 죽음에 이르는 과정과 그 무게를 감당해내는 모습을 일상을 통해 소란스럽지 않고 느리게 하나하나 보여준다.


두 부부의 대화와 함께 장면장면마다 하나도 빠짐없이 의미가 담겨있는 영화이기에

장면과 대화 위주로 적어본다.

그래도 미처 다 적지 못하고 빠진 부분들은

직접 비교하면서 보면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고

훨씬 더 깊이있는 감상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영화 처음에 놓여진 결말


영화의 시작은 노부부의 집에 느닷없이 소방관들이 들이닥치고 침대 위 꽃 사이에 둘러쌓인 노부인의 시신이 발견된다.


병이란 놈은 그렇게 예고없이 찾아오기도 하니까..


-음악회 콘서트 공연장 관람석 장면.

수많은 관객들 사이에 앉아있는 노부부. 객석에서 그들은 평온한 표정으로 제자의 연주를 듣는다.


-아침식사 중인 노부부의 모습으로 장 전환. 마주보고 얘기하다 갑자기 멍하게 있는 아내 안느.

안느, 무슨 일이야, 대체 왜 그래?

남편 조르주가 질문을 해도 얼굴에 물수건을 대도 반응이 없다. 시간이 정지된 듯한 분위기 속에 이내 정신이 돌아온 아내는 그 몇 분간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경동맥이 막혀서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 수술을 하나 수술에 실패하여 안느는 오른쪽 마비 증상으로 휠체어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안느는 조르주에게 부탁한다.

하나만 약속해줘.
다신 병원에 입원시키지 말아줘.
다해주려고 하지 말고..
괜한 죄책감 가지지 말아.
그럼 서로 힘들어져.


-다시 아침 식사 중인 부부.

어릴 때 추억 얘기를 해주는 남편과 귀 기울여 듣는 아내.

왜 이제야 얘기 꺼내냐는 안느의 말에 조르주는

"아직 안한 얘기가 아주 많아"라고 답해준다.

남편의 성격에 대해 안느가 한마디 한다.

"당신은 고약하긴 한데 아주 착해"


-친구 장례식에 다녀온 토요일 비오는 오후,

장례식이 어땠는지 물어보는 안느에게 자세히 얘기해주는 남편 조르주.

가만히 듣고 있던 안느가 말한다.

 계속 살아야 할 이유를 모르겠어.
 앞으로 더 힘들 게 뻔하잖아.
우리가 왜 같이 힘들어야 해?


서로를 배려하고자  하나 맘같지 않은 고통스런 현실에 부딪힌 두 부부의 대화.


남편 조르주,

"난 하나도 안 힘들어"

안느,

"애써 거짓말하지 않아도 돼."

조르주,

"내 입장에서 생각해 봐. 나도 그런 일을 겪을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

안느,

"생각과 현실은 다르잖아. 나 때문에 당신이 애쓰는 거 알아. 더 이상은 싫어."


-그러던 어느 날 콘서트가 끝난 제자 알렉상드르가 찾아온다.

제자가 12살때 선생이었던 안느가 '바가텔'연주만 시켰다는 이야기에 그 자리에서 안느는 제자에게 '바가텔'연주를 부탁한다.

연주는 짧게 흐르다 이내 끊기고..

전동 휠체어에 타고 아이처럼 좋아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여준다.


안느병세는 조금씩 나빠지고 침대에서 혼자 내려오다 떨어지기도 한다.

그런 부인을 지극히 보살피던 조르주는 악몽을 꾸기도 한다.


-식사 중 갑자기 사진첩을 찾는 안느.

옛 사진을 하나하나 보면서 말한다.

 아름다워. 인생이.. 참 긴 것 같아.

그런 아내의 모습을  남 조르주는 뚫어지게 쳐다본다.


병세가 악화되다


침대에서 안느를 일으키는데 안느의 등부분과 침대가 흠뻑 젖어 있다. 아무렇지 않게 괜찮다며 휠체어에 앉히는 남편.


-그리고 노부부를 간간이 찾아오는 딸.

침대에 누워있는 엄마와 얘기를 나누다 말도 하기 어려워진 엄마를 보고는 방을 나오며 운다.

병원에 안보낼거냐는 딸의 물음에 아빠 조르주는 또다른 손상이 생겨 검사도 소용없으며 요양 병원에는 안보내겠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집으로 방문하는 간호사가 아내의 기저귀를 가는 과정을 설명해주고 이제 두 부부의 식탁 위에서의 다정했던  식사는 침대 위에서 아내에게 떠먹여주는 식사로 바뀐다.

물조차 제대로 넘기기 힘들어하는 아내.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하고,  간병인이 씻기는 데도 고통스러워한다.

조르주는 아내를 함부로 대하는 간병인의 모습을 보고 이내 해고하는데 오히려 간병인이 부당한 대우라며  분노하고 조르주에게 욕을 해댄다.

그런 간병인에 한마디 날리는 조르주.


너도 늙으면 나같은 대우를 받아봐야 알지!


아내 '안느'와 남편 '조르주'

-'엄마'를 찾고 '아파..'를 외치는 아내의 손등을 쓰다듬어주는 남편 조르주.


'아비뇽 다리 위에서 춤을 추네' 노래도 발음조차 힘겨워진 아내와 함께 불러본다.


깜깜한 밤 열린 창문으로 비둘기 한 마리가 들어온다.

그런 비둘기를 창문 밖으로 이내 쫓아버리는 남편.


-물먹기를 거부하는 아내.

이렇게 죽는 꼴은 볼 수 없다며 어떻게든 먹여보려는 남편 조르주.

계속 거부하자 아내의 얼굴에 자기도 모르게 손이 날아가버린다.


딸 '에바'와 아빠 '조르주'

딸은 연락도 없이 찾아오고 갑작스런 딸의 방문에  조르주는 불편함을 느낀다.

"너희끼리 잘 살고 우린 내버려 둬."

앞으로 어떻게 할지를 묻는 딸에게 말한다.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계속 할거야.

점점 나빠질테고 언젠간 끝나겠지."

진지하게 얘기해보자는 딸에게 반문하는 조르주.

어떤 게 진지한거지?
너희 집에 데려갈래?
아님 요양병원에 데려다 놓을까?


결말을 향해가는 영화의 마지막 10분


딸의 대답 없이 장면은 넘어간다.

'아파. 아파..'를 외치는 아내의 손을 잡고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려주는 남편. 그의 결단.

(이어지는 장면은 주요한 스포일러이므로 함구하겠다)


어떻게 마무리되어져야 하는 것일까.

그렇게 죽음을 맞이하게 하는게 맞는진 모르겠다.


내가 병든 아내라면?

간호를 하는 남편이라면?

딸의 입장이라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영화의 끝에 이르러 다시 등장하는 비둘기.

이번엔 담요로 덮어 잡은 뒤 쓰다듬고는 놓아준다.

그리고 아내에게 편지를 쓰는 남편.


-주방에서 달그락달그락 익숙한 소리가 들린다.

의아한 표정으로 주방으로 가보는 조르주.

아프기 전 일상처럼 설거지하고 있는 아내

 "다 돼가. 먼저 신발 신고 있어."

남편은 아내의 말을 따르고 설거지를 마친 아내와 함께  집밖으로 나간다.


-적막이 흐르는 가운데 텅 빈 집을 찾아온 딸.

집 안의 문이 활짝 열려 있다.


영화는 그렇게 끝이 난다.


그 어떤 배경 음악도 없이..


영화 <아무르>에는 음악이 여유롭게 이어지는 부분이 없다.

조르주가 슈베르트 즉흥곡을 피아노 치는 안느의 옛날 모습을 회상하는 장면에서도 음악이 나오다 멈춘다.

슈베르트 즉흥곡을 연주하는 '안느'

감독이 <아무르> 이전에 생각했던 제목이 '음악이 멈추다'였다고 한다.

음악이 멈추듯 어느 날 갑자기 인생도 멈출 수 있음을 의미하는 걸까.

한가로이 즐길 수 만은 없는 게 인생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함일까.


죽음은 그렇게 멀리 있지 않다.

살아있는 이 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내 곁에 있는 이들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더없이 소중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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