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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사이 Apr 11. 2016

《연애소설 읽는 노인》

지인의 추천으로 읽게 된 <연애소설 읽는 노인>

ㅡ루이스 세풀베다 장편소설


장편소설이라 하기엔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사이즈에 분량도 많지않고,

언뜻 보기에 낭만스런 제목과 매치가 잘 안되는 표지의 화려한 색감의 동물들,


책 소개에 아마존을 배경으로 한 환경소설이라는 말에  다소 무거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고나니  환경소설 이상의 의미가 있는 소설이었다.


소설 속 밀림에 대한 묘사나

밀림의 세계를 살아가는 수아르족 인디오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노인이 소설을 읽는 방식도 매력적이었으므로..


  p44 노인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책을 읽었다.
  그의 독서 방식은 간단치 않았다. 먼저 그는 한
 음절 한 음절을 음식 맛보듯 음미한 뒤에 그것들을 모아서 자연스러운 목소리로 읽었다. 그리고 그런식으로 단어가 만들어지면 반복해서 읽었고, 역시 그런 식으로 문장이 만들어지면 그것을 반복해서 읽고 또 읽었다. 이렇듯 그는 반복과 반복을 통해서 그 글에 형상화된 생각과 감정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음절과 단어와 문장을 차례대로 반복하는 노인의 책읽기 방식은 특히 자신의 마음에 드는 구절이나 장면이 나올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도대체 인간의 언어가 어떻게 해서 그렇게 아름다울 수 있는가를 깨달을 때까지, 마침내 그 구절의 필요성이 스스로 존중될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아마존 밀림의 오지 '엘 이딜리오'를 배경으로

일찍이 아내(돌로레스 엔카르나시온 델 산티시모 사크라멘토 에스투피냔 오타발로-이름이 왜이리 긴걸까;;)를 잃은 노인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

밀림의 세계에서 자연과 더불어 사는 기술을 가르쳐주는 인디오 수아르족 원주민,

원주민보다 더 무지하고 이기적인 뚱보 읍장으로 대변되는 인간들의 모습.


왜 이들은 그들을 평화롭게, 자연스럽게 살게 놔두지 않는 것인가!!!


역자의 말처럼 소설 끝부분의 노인과 암살쾡이와의 싸움은 어렴풋이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떠올리게 한다.


소설 내용을 아우르는 마지막 대사가 제목에 담긴 메시지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p168 그는 그 비극을 시작하게 만든 백인에게, 읍장에게, 금을 찾는 노다지꾼들에게, 아니 아마존의 처녀성을 유린하는 모든 이들에게 저주를 퍼부으며 낫칼로 처낸 긴 나뭇가지에 몸을 의지한 채 엘 이딜리오를 향해, 이따금 인간들의 야만성을 잊게 해주는, 세상의 아름다운 언어로 사랑을 얘기하는, 연애 소설이 있는 그의 오두막을 향해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


짧은 분량의 책이지만 읽고 난 후 많은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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