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어떡해! 우리 차 도난당했나봐."
"뭔 소리야? 차를 어디다 뒀는데?"
"지하 주차장에 대놨지 어디에 대 놔. 늘상 대놓은 데다 대놓고 집에 올라갔다 한 시간 쯤 있다 내려왔는데 없어졌다니까."
"차키는?"
"갖고 있지. 아무리 눌러봐도 반응이 없어ㅜ.ㅜ"
"차키 놓고 내린 것도 아닌데, 그 사이에 누가 차를 훔쳐가? 다른 데 대놓은 거 아니야?"
난 다급해져서 발을 동동 구르며 큰일났다 하는데 늘 이성적이고 차분한 남편은 내 말을 못 믿는 눈치다.
그러다 불현듯 '아차!' 하며 섬광처럼 스쳐지나가는 기억.
화장실이 급해 1층 현관 쪽에 대충 대놓고 후다닥 올라간 걸 깜빡하다니..--;;
"아, 맞다. 생각났어. 일층에 대놓은 걸 깜빡.."
"으이구, 내가 그럴 줄 알았어. 요즘 왜 그래? 정신 좀 잘 챙겨!"
이놈의 건망증..또 시작이다.
지난 번에는 핸드폰을 냉장고에 넣어두고는 한참을 찾아헤맸는데..
(공교롭게 통화가 끝날 무렵 김치통을 꺼내려고 냉장고를 열었고 통화가 끝남과 동시에 핸드폰을 냉장고 안에 내려놓은 채 김치통만 꺼내고 냉장고 문을 닫아버린 거였다)
나도 참..어이없는 건망증에 혼자 실없는 웃음이 나온다.
건망증이 심해지고부터 제일 많이 잃어버리고 또 찾는 물건이 핸드폰이다.
화장실 선반에 올려놓고 두고 나온다던가, 집에 놔두고 온 줄도 모르고 밖에서 한참 찾아 헤맨다던가 하는 일은 예사다.
핸드폰으로 통화하고 있으면서 순간
‘내 핸드폰 어디 있지?’ 할 때나
좀 전에 아이에게 핸드폰을 쥐어 주고선
‘엄마 핸드폰 어디 놨지?' 할 때는 미칠 노릇이다.
가스레인지에 물을 부은 주전자나 냄비를 올려놓고는 까맣게 잊어버리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어머, 내 정신 좀 봐!’ 하고 부리나케 달려가서 불을 끌 때는 이미 물은 다 쫄아 버리고 바닥까지 타버려 못 쓰게 만든 냄비도 한 두개가 아니다. 여태 불이 안 난게 용하다.
건망증으로 인해 끝내 되찾지 못한 물건들도 있다.
올 가을만 해도 아이 자켓을 두 개나 잃어버렸다. 한 번은 택시에 두고 내리고, 또 한 번은 외출시 손에 들고 있던 외투를 어디다 두고 왔는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최근에는 아이의 새 운동화를 잃어버렸다.
큰 맘 먹고 나**에서 산 운동화인데.. 딱 한 번 밖에 안 신은 새 운동화인데..
마트에서 아이랑 장보다가 카트에 두고 온 것이다.
차를 몰고 아이와 함께 마트에 갔던 날,
여느 때처럼 아들은 신발을 빨간 카트 한쪽 구석에 가지런히 벗어놓고 카트에 올라탔다.
장을 다 보고 카트에서 아이를 덥썩 안아 차에 태웠다.
집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려고 보니 아이 신발이 없다.
"어? 너 운동화 어쨌어?"
그때까지도 생각지 못했다. 아이는 영문을 모른다는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아, 맞다! 카트에서 안 꺼냈나보네. 이를 어쩜 좋아'
머리가 띵했다.
부랴부랴 마트로 다시 차를 몰았다.
카트를 놔뒀던 곳으로 정신없이 뛰어갔다.
그런데 있어야 할 운동화가 없다. 그새 누가 가져간 것일까?
1층 고객센터로 달려가 분실물 들어온거 없냐고 물어봤다.
"죄송하지만 운동화 들어온 건 없네요.."
속상한 마음과 허탈한 마음이 뒤섞여 순간 기운이 쪽 빠져 버렸다.
고객 센터에 연락처를 남겨놓고 며칠 소식을 기다려봤지만 새 운동화 들어왔다는 연락은 없다.
점점 잦아지는 건망증 때문에 자책을 수도 없이 했다. 그래봤자 돌아오는건 우울한 기분 밖에 없다.
'누군가 필요한 사람이 잘 쓰고 있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잃어버린 물건에 집착하기보다 곁에 있는 이들에게 집중하기로 하자.
소중한 아이, 소중한 가족, 소중한 사람들을 잃어버리지 않은 것만 해도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