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온 더 트레인》폴라 호킨스 /이영아 역
홍보 광고성 책소개만으로는 뭔가 부족한 소설.
이런 책은 기대없이 스포없이 읽어보는 게 좋다.
레이첼, 애나, 메건(제시) 세 여자의 시점이 교차되어 진행되는 이야기.
그녀들의 남자 톰, 스콧(제이슨), 카말.
전반부는 장황한 듯한 전개에 잘 안 읽혀서 띄엄띄엄 읽다가 후반부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면서는 집중해서 읽게 된다.
추리한 범인이 왔다갔다 하다 어느 지점에서 일치되면서 욕이 나오게 하는 범인의 행태.
여러 소설에서 느꼈던 남성의 폭력성, 이중성.
같은 여성으로서의 동질감, 나약함 속의 강인함.
결말부는 <나오미와 가나코>에서 느꼈던 감정과 비슷한 감정도 느끼게 된다.
자세한 내용은 스포가 될 수 있으므로 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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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타다 보면 매주 보게 되는 익숙한 얼굴들이 있다. 나는 그들을 바로 알아볼 수 있고, 아마 그들도 내 얼굴을 알아볼 것이다. 하지만 진짜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들에게 보일까? --- p.16
나는 예전의 내가 아니다. 이젠 남자들이 탐내기는커녕 좋아하기 힘든 여자가 되어버렸다. 단순히 살이 쪄서, 혹은 음주와 수면 부족으로 얼굴이 부어서만은 아니다. 내가 잠자코 있을 때나 움직일 때나 내 얼굴에 고스란히 새겨진 상처가 다른 사람들의 눈에도 보이는 것 같다.
지난주 어느 날 밤, 물을 마시려고 내 방을 나갔다가 거실에서 시가 자기 애인인 데이미언에게 하는 얘기를 우연히 들었다. 나는 복도에 서서 귀를 기울였다. “걘 외로운 애야. 정말 걱정돼. 이렇게 항상 혼자 있는 건 안 좋아.” 그런 다음 그녀는 이렇게 물었다. “자기 직장이나 럭비 클럽에 괜찮은 사람 없어?” 그러자 데이미언은 이렇게 답했다. “레이첼한테 소개시켜줄 사람? 농담이 아니라, 캐시, 그렇게 여자가 궁한 사람이 있을까 싶어”
--- p.24~25
난 여전히 망설이고 있다. 내가 느끼는 모든 것을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것이 치료의 핵심이라는 건 알지만, 어쩔 수 없다. 그 모든 남자들, 애인들, 옛 남자들을 뒤죽박죽으로 섞어 애매모호하게 둘러대야겠지만, 그들이 누군지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니까 상관없을 것이다. 중요한 건 그들이 날 어떻게 느끼게 만드느냐 하는 것이다. 그들은 날 숨 막히고, 불안하고, 갈증 나게 만든다. 왜 난 내가 원하는 걸 얻지 못할까? 왜 그들은 그걸 내게 주지 못할까? --- p.87
숲속을 걷고 있다. 날이 밝기 전에 나왔는데 이제 막 동이 트려 하고, 내 머리 위로 나무들 사이에서 까치들이 가끔 우는 소리 말고는 쥐 죽은 듯 고요하다. 새들이 구슬 같은 눈으로 날 지켜보며 머리를 굴리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까치 떼. 한 마리는 슬픔, 두 마리는 기쁨, 세 마리는 소녀, 네 마리는 소년, 다섯 마리는 은, 여섯 마리는 금, 일곱 마리는 절대 알려지지 않을 비밀(까치 몇 마리를 보느냐에 따라 운수가 결정된다는 미신을 바탕으로 한 전래 동요 중 일부). 나는 그중 몇 가지를 가졌다.[메건] --- p.90
우리 둘 사이에는 뭔가 통하는 것이 있다. 이전에, 아니 적어도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다. 우린 같은 경험을 했고, 망가지는 기분이 어떤지 아니까.
공허감. 그게 어떤 건지 나는 잘 안다. 그걸 없애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상담 치료를 받으면서 하게 된 생각이다. 인생에 난 구멍들은 영원히 채워지지 않는다. 콘크리트를 돌아 뻗어나가는 나무뿌리처럼, 우리는 그 구멍들을 피하면서 계속 살아가야 한다. 구멍들 사이의 틈에 자신을 맞춰가면서.
--- p.139
(책 속 대사는 yes24에서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