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를 탔다.

by 잏나

족저근막염에 걸리고 나니

지체장애인의 설움까지

감히 생각해 버리는 피곤한 오후였다.

실은 햇살이 너무 밝아서 화창한 오후였다.



지도 앱에서 최소 도보 거리를 찾아서

조금이라도 덜 움직이리라 작정했다.

버스가 온다.

사람이 너무 많다.

아 내 발로는 못 견딘다.

더 기다려 다음 차를 타자.


기다리는데 새로 오픈한 카페를 봤다.

수많은 카페 중에 살아남으려면

여기는 어떤 전략을 쓰려나.

서비스? 친절? 커피의 맛?

어디서든 디테일의 차이가

선두 1위로 가는 티켓인 것 같은데

기본만 하는 사람과, 굳이 하는 사람의 차이를 공상했다.


버스가 왔다.

꽤 한적하다.

아주 마음에 든다.

서울시의 [여유] [보통] [혼잡] 은 정말 신의 한 수다.

나는 지금 발이 아프니까

노약자석에 타도 되겠지 하며 앉았다.

(사람 거의 없었다.)


반대편 할아버지가 기침을 하신다.

운전기사가 말한다.

할아버지 기침 하시지 마시라고요

역정을 낸다.

엥?

사람이 기침 좀 할 수 있지 야박하다 생각했다.

기사가 뭐라고 하기 전까진 인식하지 못했다.

코로나 때는 기침 조금만 해도 속으로 눈을 흘기던 나였다.

내 아픔 앞에선 다른 것들은 보이지도 들리지 않는다.

내 속이 더 시끄럽다.


할아버지가 뭐라 뭐라 하신다.

내용은 잘 기억 안 난다.

순도가 평소에 보던 욕쟁이 할아버지들에 비하면 진라면이다.

기사를 향해 눈살을 찌푸린 나의 얼굴을 본 할아버지는

그래 내가 틀리지 않았다 확증받으신 듯 컴플레인을 하셨다.

어디서 컴플레인과 클레임의 차이를 읽었던 것 같은데.

아 서비스 관련 책이다.

버스운전에도 서비스가 적용이 되어야 하나?

모르겠다.


다음 정류장이다.

내 목적지까진 한 정거장 남았다.

다음에 내리면 된다.

내 알 바 아니다.


버스가 잠시 정차한 사이

할아버지는 운전자석으로 간다.

유난히 운전자석의 문이 두꺼워보인다.


할아버지는 또 뭐라고 하시다가

자리로 간다.

기사 생긴 거 가지고 뭐라고 한다.

역시 생긴대로나 뭐라나.


기사가 말한다.

아니 아까도 기침하셨잖아요.

계속 큰 소리로 하시잖아요.

제가 또 그러면 안 된다고 했잖아요.

할아버지가 자리로 돌아간다.


운전기사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화장실 가고 싶은가?

정찬가?

타이어 빠졌나?


기사가 녹음기를 켜고 온다.

"다시 한번 말해 보세요.

이거 녹음해서

신고하려고 하니까

말하세요."


할아버지는 이내 공손해진다.

그리고 아주 어린아이처럼

여려진다.

두 손을 공손히 모으고

미안합니다.

사과한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아직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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