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아침을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들어주었다.
아주 예전에 김훈의 《자전거 여행》에서 봄을 표현한 글이 너무나 인상 깊어 필사를 해둔 적이 있다. 동백은 떨어질 때 주접스러운 모습을 보이지 않고, 매화는 바람에 날려 산화하며, 산수유는 꽃송이가 보이지 않고 꽃의 어렴풋한 기억만 파스텔처럼 산야에 번진다는 표현이 특히 마음에 남았다.
그의 대단한 문장력을 보며 감탄과 찬사를 아끼지 않았고, 언젠가는 나도 봄과 계절, 자연에 대한 표현을 저렇게 담아내고 싶다는 간절함이 생겼다. 이후로 봄에 동백꽃을 보면 바닥에 툭~ 하고 무겁게 떨어진 모습을 눈여겨보게 되었고, 동백의 죽음을 주접스럽게 보지 않게 되었다. 매화나 벚꽃이 바람에 흩날릴 때는 그 산화되는 모습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았다.
그러다 오늘, 산수유를 만났다.
새벽에 '부산에 눈이 내리니 운전길 조심하세요.' 라는 안전문자가 무색하게 이곳 부산에는 눈을 찾아볼 수 없었다. 혹시나 싶은 마음에 아침 일찍 직장 맞은편 아파트를 산책하다가, 산수유를 만났다. 산책길 한 구석에 조용히 노란색 파스텔을 색칠하며 존재감을 숨기고 있었다. 김훈 작가님의 말처럼, 노을이 스러지듯이 언제 종적을 감출지 모른다는 생각에 서둘러 #찰칵~
[ㅅㅅㅇ]
뒤늦게 겨울의 시새움
봄의 불안한 삼사일
황금빛 모습을 세상에
나를 부르는 속삭임
실처럼 가지마다 실실이
봄의 시작을 샅샅이
나의 마음은 사색인
봄의 파스텔 산수유
* 실실이 – 실처럼 가는 가지마다
〈네이버 국어사전〉
뒤늦게 겨울의 시새움이 찾아오면서, 우리는 봄의 불안한 삼사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 사이, 황금빛 산수유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며 우리를 부르는 속삭임을 전해왔다. 이 작은 꽃들은 마치 겨울의 마지막 잔재를 지우려는 듯, 조용히 봄의 시작을 알려주고 있었다.
차가운 바람 속에서 실처럼 가지마다 실실이 피어나는 산수유는, 고요한 아침을 더욱 생동감 있게 만들어주었다. 마치 겨울의 끝자락에서 새롭게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듯했다. 우리는 봄의 시작을 샅샅이 느끼며, 이 작은 꽃들이 가져다주는 따뜻한 기억을 함께 간직하게 될지도 모른다.
덕분의 봄의 길목에서 우리의 마음은 사색인처럼 깊어진다. 산수유의 황금빛은 단순한 색깔이 아니라, 겨울의 그늘을 넘어서는 희망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이 순간, 봄의 파스텔 같은 산수유의 색감 속에 숨겨진 그리움은 우리를 다시 자연의 품으로 이끌었다.
어쩜 산수유는 단순한 식물이 아닌,
계절의 변화를 담아내는 소중한 메시지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