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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화 - 봄은 생명의 길을 [예비]한다

준비한다는 표현이 아닌, 예비한다는 말이 어찌 이리 와닿았을까

by 마음이 동하다
“물은 풀이 나아가는 흙 속의 길을 예비한다.”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에서 알게 되어 메모해두었지만, 사실 그 문장은 김훈의 《자전거 여행》에 등장하는 것임을 책을 읽고 나서 알게 되었을 때, 두 번, 세 번 곱씹어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었던 기억이 난다.


준비한다는 표현이 아닌, 예비한다는 말이 어찌 이리 와닿았을까. 봄의 풀들이 땅 위로 올라오기 전, 반드시 흙 속을 지나야 하는데, 그 단단한 흙을 잘 나아가게 하기 위해 물이 길을 예비하는 것이다. 새싹이 올라오기까지의 보이지 않는 과정을 표현한 작가의 관찰과 상상력이 대단했고, 나는 이 ‘예비한다’라는 표현을 소화하기 위해 반복해서 인용하게 되었다.


점심을 먹고 주위를 산책할 때, 겨울을 지낸 나무들의 가지 끝에 새순이 돋고, 새싹을 틔우는 모습은 일상이 되었고, 봄의 꽃들이 먼저 고개를 내미는 경우도 눈에 띄게 많아졌다. 그러나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 보니, 사람의 흔적으로 보이는 윗면이 절단된 나무에서도 옆으로 싹이 나고 잎이 생기는 모습을 어렵게 확인할 수 있었다.


수많은 봄의 풍경들 중에서,

이 나무의 모습은

봄이 새로운 생명의 길을

예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오늘도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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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날씨 예민

봄이오는걸 예감

나무의싹이 예사

절단된모습 예우

그럼에도넌 예술

작은기적이 예찬

봄의시작을 예고

생명의길을 예비


한동안 날씨에 예민해져 있었다. 겨울의 찬바람이 물러가고, 따뜻한 봄이 오는 걸 예감한다. 나무의 새싹이 예사롭게 피어나는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의 손길에 절단된 모습이 조금은 아쉬웠지만, 그마저도 예우하며 생명은 계속 이어진다.


이 작은 나무에서 느껴지는 생명의 힘은 마치 하나의 예술처럼 다가온다. 햇살 아래 반짝이는 새싹들은 그 자체로 작은 기적을 보여주고, 그 모습을 예찬하며 감탄한다.


이 순간은 봄의 시작을 예고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나무는 다시 태어나는 것처럼 보이며, 그 생명력은 나에게도 희망을 준다. 절단된 모습에도 불구하고, 나무는 여전히 강인하게 새싹을 내밀고 있다. 봄은 생명의 길을 예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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