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은 떨어져 죽을 때주접스런 꼴을 보이지 않는다.
아침 일찍, 부산시 교육감 사전투표를 위해 평소와 다른 출근길에 나섰다. 아파트 단지 모퉁이를 돌아선 순간, 땅바닥에 붉은 꽃 한 송이가 눈에 들어왔다. '툭' 떨어지는 꽃이라... 김훈 작가의 《자전거여행》에 등장하는 동백꽃이 문득 떠올랐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동백꽃은 아닌 듯했다.
나중에 사진으로 검색해 봐도 카네이션과 비슷한 이미지만 나올 뿐, 정확한 이름을 알 수 없어 아쉬움이 남았다. 매화가 무리 지어 피고 꽃잎 하나하나 흩날리며 지는 반면, 동백꽃은 홀로 피어나 툭, 통째로 떨어진다고 했던가.
동백은 떨어져 죽을 때
주접스런 꼴을 보이지 않는다.
절정에 도달한 그 꽃은,
마치 백제가 무너지듯이,
절정에서 문득 추락해버린다.
_김훈《자전거여행》(문학동네)
오늘, 나는 그 추락한 꽃을 폰 속에 담으며 셔터를 눌렀다. #찰칵
차가운 바람이 봄을 농락
떨어진 꽃잎은 슬픈 맥락
이젠 봄에게 계절을 허락
차가운 땅위에 남긴 단락
한때 누렸던 사라진 향락
귓가에 맴도는 슬픈 가락
더이상 느낄수 없는 안락
붉은 꽃잎은 조용히 추락
차가운 바람이 봄을 농락하는 날, 나는 힘없이 가지에서 떨어져 나왔다. 떨어진 꽃잎은 슬픈 맥락을 이어가듯, 차가운 땅 위에 덩그러니 놓였다. 이젠 봄에게 계절을 허락해야 할 때가 온 걸까.
차가운 땅 위에 남긴 단락은, 나의 짧았던 전성기를 더욱 아쉽게 만든다. 한때 누렸던 사라진 향락은, 이제 희미한 기억 속에만 존재할 뿐이다. 귓가에 맴도는 슬픈 가락은, 나의 슬픔을 더욱 깊게 만든다.
더 이상 느낄 수 없는 안락함에, 나는 그저 조용히 눈을 감는다. 붉은 꽃잎은 조용히 추락하며, 나의 짧았던 생을 마감한다. 하지만 괜찮다. 나는 비록 졌지만, 내년 봄에는 더욱 아름다운 모습으로 피어날 테니까.
그런데, 정확히 이 꽃은 무엇일까요?
아시는 분 댓글^^;; 부탁드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