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이 햇살 아래 뒹굴뒹굴하며 얼른 낮잠이나 자고 싶은 기분이다.
아침 일찍 산책에 나섰더니, 9시도 안 된 시간에 가로등 그림자가 벌써 길게 늘어져 있다. 회색 보도블록을 사이에 두고 잔디밭과 맨땅이 팽팽하게 맞서는 가운데, 웬 냥이 두 마리가 아주 그냥 나른하게 퍼져 있다. 내가 코앞까지 다가가도 쳐다보는 것조차 귀찮은지, 눈만 겨우 끔뻑거리는 게 완전 상전이 따로 없었다.
혹시나 싶어 얼마 전에 올렸던 브런치스토리 "[사랑]"을 뒤져봤더니, 그때 그 꿀 떨어지던 냥이 커플은 아니었다. 걔들은 서로 마주 보면서 난리 부르스를 추더니만, 이 녀석들은 완전 남보다 못한 사이인 듯. 그래도 한 놈은 내가 신기한지 눈이라도 굴리는데, 껌은 냥이는 아예 돌부처 모드다.
이 상황을 뭐라 표현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날씨만큼이나 늘어진 냥이들을 보니 딱 떠오르는 단어가 있다. 그래, 오늘은 너희 덕분에 제목은 "[나른]"으로 정했다! #찰칵~
#1인칭고양이시점
따스한 햇살이 이른 아침
기분이 절로 오른다.
뒹굴뒹굴, 얼른 낮잠이나
꿈속에선 캣닢 향기가 아른
햇살 따라 졸졸졸 따른 시선이
저 녀석, 뭘 하는지 도통 모른다.
잔디밭과 벽돌길, 우릴 가른다 해도,
나른함 앞에선 모두 똑같다냥.
따스한 햇살이 이른 아침부터 온 세상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기분이 절로 오른다. 굳이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그냥 이 햇살 아래 뒹굴뒹굴하며 얼른 낮잠이나 자고 싶은 기분이다.
꿈속에선 캣닢 향기가 아른거리는 행복한 상상을 한다. 눈을 살짝 떠보니, 햇살 따라 졸졸졸 따른 시선이 느껴진다. 옆에 있는 저 녀석, 뭘 하는지 도통 모른다. 그저 햇볕을 쬐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나처럼 낮잠을 자려나?
잔디밭과 벽돌길, 비록 우리가 있는 공간을 가른다 해도, 지금 이 나른함 앞에선 모두 똑같다냥. 세상 모든 근심 걱정은 저 멀리 날아가 버리고, 오직 따스한 햇살과 나른한 기분만이 남는다.
그래,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말아야겠다. 그저 햇볕 아래 몸을 맡기고, 뒹굴뒹굴 낮잠이나 자야겠다. 이 완벽한 나른함을 만끽하며, 꿈속에서 캣닢 향기를 따라 신나는 모험을 떠나야겠다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