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두 명 다가와 나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알아봐 주는 이나마 있으니
#개나리 [○나○]
#1인칭개나리시점
벚꽃 흩날림이 기나긴
모두가 거리로 다나와
수놓은 화려함 하나로
이렇게 절정이 지나면
사람들 하나둘 떠나고
외롭게 빛나는 저나름
한두명 다가와 이나마
소박한 샛노란 개나리
벚꽃 흩날림이 기나긴 어느 봄날, 드디어 녀석들이 몰려온다. 모두가 거리로 다나와, 벚꽃 아래 환호성을 지르는 인간들을 보고 있자니, 어쩐지 씁쓸한 기분이 감도는 건 어쩔 수 없다. 수놓은 화려함 하나로 온 세상을 뒤덮은 벚꽃! 그래, 지금은 네 세상이겠지. 하지만 두고 봐라.
이렇게 벚꽃의 절정이 지나면, 얄미운 벚꽃잎들은 미련 없이 하나둘 떠나고, 인간들의 관심도 싸늘하게 식어버리겠지. 흥, 그럴 줄 알았다. 텅 빈 거리, 외롭게 빛나는 저나름의 존재감을 애써 과시해보지만, 왠지 모르게 허전한 건 왜일까. 그래, 나는야 잊혀진 봄의 전령사.
하지만 절망하긴 이르다. 저 멀리, 나를 발견한 듯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이 보인다. 한 두 명 다가와 나의 소박한 아름다움을 알아봐 주는 이나마 있으니, 이 정도면 만족해야겠지? 봄날에 소박한 샛노란 개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