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크고 멋진 소나무는 아니지만, 언제나 시선은 눈높이에
#1인칭주인공시점
차가운 계절을 환송
샛노란 가루를 배송
세상에 민폐라 죄송
사람들 불만에 소송
눈길을 외면해 허송
때마침 비소식 황송
바람에 솔잎의 샹송
시선은 눈높이 반송(盤松)
*반송(盤松): 키가 작고 가지가 옆으로 퍼진 소나무. [네이버 국어사전]
난 여기, 땅바닥에 낮게 엎드린 작은 소나무, 반송이야. 길고 차가운 계절을 환송하고 나면, 내 시간이 오지. 몸에선 생명의 기운 담은 샛노란 가루를 배송할 준비를 해. 근데 이 노란 가루가 사람들한테 고통을 주나 봐. 나 스스로가 세상에 민폐라 죄송한 마음이 들 때가 많아. 사람들의 불편한 기색이랑 불만이 마치 나한테 쏟아져 소송 거는 것처럼 느껴져서, 그 따가운 눈길을 외면해 허송세월 보내는 것처럼 서 있기도 해.
이럴 때 때마침 비소식은 얼마나 황송한지 몰라. 비 오면 이 노란 가루 다 씻겨 내려가니까 말이야. 비 안 오는 날에도 난 가만있진 않아. 바람 불면 내 솔잎들은 부딪히면서 노래를 불러. 그게 나만의 바람에 실린 솔잎의 샹송이지. 난 크고 멋진 소나무는 아니지만, 언제나 시선은 눈높이에 머물러 있는 반송(盤松)으로서 여길 지키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