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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화 - 마침내 부리에 피어난 [사냥]

내 부리엔 움직임을 멈춘 잠자리가 물려 있었다.

by 마음이 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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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결 스미는 숲속의

햇살을 안고 쉬어가며

어느새 낯설게 다가온

숨죽여 마음을 다잡는

내눈은 목표를 겨누는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날갯짓에 실은 나만의

마침내 부리에 피어난


*사운: (명사) 상서롭지 못한 나쁜 징조의 구름. [네이버 어학사전]




#참새1인칭주인공시점

햇살이 내려앉은 아침, 바람 사이로 나뭇잎이 부딪히며 잔잔한 사운이 퍼졌다. 나는 지붕 위 볕이 드는 자리에서 느긋하게 깃털을 고르며 잠시 사랑 같은 평화를 누렸다. 그런데 저 멀리 낯선 사람의 그림자가 스치고, 동시에 눈앞을 휙 스쳐 지나가는 잠자리가 보였다. 순간 심장이 뛴다. 들키지 않게 몸을 낮추고 숨을 죽이며 안으로 감춘 내 사심을 다잡는다.


부리를 살짝 들고 거리를 재본다. 이제는 단숨에 날아야 할 때다. 날카롭게 목표를 겨누는 내 마음은 곧 사격이었다. 나는 바람을 갈랐다.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몸짓은 목숨 건 사투와 같았다. 하늘과 땅 사이, 이 짧은 생을 살아가는 내게 이런 순간은 단순한 본능이 아니라 나만의 사명이다. 그리고 마침내, 부리엔 움직임을 멈춘 잠자리가 물려 있었다. 오늘도 성공한 사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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