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부리엔 움직임을 멈춘 잠자리가 물려 있었다.
바람결 스미는 숲속의 사운
햇살을 안고 쉬어가며 사랑
어느새 낯설게 다가온 사람
숨죽여 마음을 다잡는 사심
내눈은 목표를 겨누는 사격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 사투
날갯짓에 실은 나만의 사명
마침내 부리에 피어난 사냥
*사운: (명사) 상서롭지 못한 나쁜 징조의 구름. [네이버 어학사전]
#참새1인칭주인공시점
햇살이 내려앉은 아침, 바람 사이로 나뭇잎이 부딪히며 잔잔한 사운이 퍼졌다. 나는 지붕 위 볕이 드는 자리에서 느긋하게 깃털을 고르며 잠시 사랑 같은 평화를 누렸다. 그런데 저 멀리 낯선 사람의 그림자가 스치고, 동시에 눈앞을 휙 스쳐 지나가는 잠자리가 보였다. 순간 심장이 뛴다. 들키지 않게 몸을 낮추고 숨을 죽이며 안으로 감춘 내 사심을 다잡는다.
부리를 살짝 들고 거리를 재본다. 이제는 단숨에 날아야 할 때다. 날카롭게 목표를 겨누는 내 마음은 곧 사격이었다. 나는 바람을 갈랐다. 찰나의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는 몸짓은 목숨 건 사투와 같았다. 하늘과 땅 사이, 이 짧은 생을 살아가는 내게 이런 순간은 단순한 본능이 아니라 나만의 사명이다. 그리고 마침내, 부리엔 움직임을 멈춘 잠자리가 물려 있었다. 오늘도 성공한 사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