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발밑에서 눈에 들어온 빨간 열매 하나
비 갠 산길에 스며드는 이야기
촉촉한 공기에 심장이 갑자기
잎새 사이로 피어나는 분위기
찰칵, 추억을 담아낸 사진기
작은 물소리 흐르는 골짜기
풀잎 끝에 맺혀 있는 빗줄기
걸음마다 빨라지는 초읽기
산딸긴 줄 알았는데, 뱀딸기
비가 갠 이른 아침, 산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숲속에서 들려오는 바람 소리와 흙내음이 작은 이야기처럼 마음을 간지럽힌다. 무심코 걷던 발걸음은 숲의 깊이를 마주하는 순간 갑자기 멈춰선다. 연둣빛 잎새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과 향기는 이곳만의 고요한 분위기를 만들어 준다. 주머니 속에 넣어 두었던 사진기(휴대폰)를 꺼내든다.
산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졸졸 흐르는 물줄기가 귀를 간지럽히는 작은 골짜기가 나타난다. 그 옆 풀잎 끝에는 막 떨어지지 않은 맑은 빗줄기가 반짝인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걷다 보니 어느새 정상까지 남은 거리도 초읽기에 들어선다. 그 순간, 발밑에서 눈에 들어온 빨간 열매 하나 산딸긴 줄 알고 반가워했지만, 검색해보니 그건 바로 뱀딸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