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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8화 - 봄인데 봄이 아닌 하루를 삼킨 [바람]

봄날의 들판, 그곳을 지나던 한 사람은 뭔가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by 마음이 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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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도 숨죽인 들판을 지나는 사

덧없이 무너진 계절의 기대는 관

햇살은 물러가고 빗물 가득한 범

어디 떠나려던 마음조차 막힌 유

움츠러든 새싹은 놀란듯 멈춘 놀

지나온 날들 펼쳐보는 쓸쓸한 일

비바람 견뎌내며 조용히 쑥쑥 자

봄인데 봄이아닌 하루를 삼킨 바




봄날의 들판, 그곳을 지나던 한 사람은 뭔가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봄꽃이 피어야 할 때인데도 들판은 축축하게 젖어 있었고, 흙냄새 사이로 바람만 세차게 불어댔다. 매해 기다리던 계절의 관람을 기대했지만, 계속되는 비와 흐린 하늘은 그 기대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가볍게 흘러가야 할 시간은 멈춘 듯했고, 그 자리를 대신한 건 조용한 범람이었다. 어디론가 떠나고 싶던 마음도, 이런 날씨에 막혀버려 그저 눈길만 멀리 보내는 유람이 되고 말았다.


들판에 자라던 새싹들도 변덕스러운 날씨에 놀람을 느낀 듯 움츠러들었다. 지나온 시간들을 떠올려 보니, 전부 지나가버린 계절의 일람 같았다. 그래도 작은 들꽃들은 묵묵히 그 자리에서 조용히 자람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풍경 위로 불어오는 건, 따뜻해야 할 봄의 숨결이 아니라, 차갑고 거센 바람이었다. 봄인데도 봄 같지 않은, 이름만 봄인 날이었다.


[꾸미기]12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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