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은 졌지만 새로운 열매가 맺힌다.
오늘은 근무하는 토요일이라 아침 일찍 회사에서 아침 식사를 한다. 구내식당은 9층에 있는데, 옥상처럼 꾸며져 있다. 거기에는 환자들과 직원이 함께 식물을 심는 '소망정원'이라는 작은 텃밭이 있다. 밥 먹고 습관처럼 텃밭을 둘러보다가 지난주에는 보지 못했던 작은 방울토마토가 맺혀 있는 걸 발견했다. 일부에는 아직 노란 꽃이 피어 있고, 다른 쪽에는 꽃이 지고 열매가 맺히는 모습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진다. 한 줄기에서 꽃과 열매가 동시에 있는 모습이 신기해서 사진을 ’찰칵‘
햇살 품은 흙 위에 잎새는 흙토
꽃잎은 피어나 속내를 실토
그 끝에 맺힌 열매의 꿈을 검토
줄기 따라 흐르는 생명의 모토
아직은 남은 봄바람 속 여토
스며든 시간은 뿌리까지 간토
기다림 끝에서 땅은 더 비옥토
노란 꽃 져도 다시 피는 방울토마토
*여토(餘土): 餘(남을 여) + 土(흙 토) → 남은 흙
*간토(澗土): 澗(시냇물 간) + 土(흙 토) → 물이 스며든 땅
봄날의 햇살은 조용히 대지를 덮고, 그 따뜻함 위에 연둣빛 잎새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생명의 시작은 언제나 흙토에서 비롯된다. 그 위로 피어난 꽃잎들은 자신이 품고 있던 설렘과 비밀을 살며시 실토하며, 자연은 그 고백을 듣고 다시 한 번 모든 것을 검토하듯 잎과 꽃, 줄기 위에 질서 있게 생명을 그려낸다. 그렇게 한 줄기마다 이어지는 생명력은 흘러가야 할 방향을 아는 듯, 자연이 스스로 세운 오랜 모토를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봄은 머물지 않는다. 꽃이 진 자리엔 아직 다 피지 못한 이들의 터전, 여토가 남아 있다. 그 속에서 조용히 이어지는 뿌리의 시간은 인내로 다져진 간토를 지나고, 마침내 땅은 한층 더 깊고 넉넉한 비옥토로 변한다. 그리고 그렇게 기다린 끝에, 꽃은 졌지만 새로운 열매가 맺힌다. 바로 노란 꽃 아래 조심스레 고개를 든 작은 생명, 방울토마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