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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135화 - 꽃 져도 다시 피는 방울토마[토]

꽃은 졌지만 새로운 열매가 맺힌다.

by 마음이 동하다

오늘은 근무하는 토요일이라 아침 일찍 회사에서 아침 식사를 한다. 구내식당은 9층에 있는데, 옥상처럼 꾸며져 있다. 거기에는 환자들과 직원이 함께 식물을 심는 '소망정원'이라는 작은 텃밭이 있다. 밥 먹고 습관처럼 텃밭을 둘러보다가 지난주에는 보지 못했던 작은 방울토마토가 맺혀 있는 걸 발견했다. 일부에는 아직 노란 꽃이 피어 있고, 다른 쪽에는 꽃이 지고 열매가 맺히는 모습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진다. 한 줄기에서 꽃과 열매가 동시에 있는 모습이 신기해서 사진을 ’찰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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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 품은 흙 위에 잎새는 흙

꽃잎은 피어나 속내를 실

그 끝에 맺힌 열매의 꿈을 검

줄기 따라 흐르는 생명의 모

아직은 남은 봄바람 속 여

스며든 시간은 뿌리까지 간

기다림 끝에서 땅은 더 비옥

노란 꽃 져도 다시 피는 방울토마


*여토(餘土): 餘(남을 여) + 土(흙 토) → 남은 흙

*간토(澗土): 澗(시냇물 간) + 土(흙 토) → 물이 스며든 땅




봄날의 햇살은 조용히 대지를 덮고, 그 따뜻함 위에 연둣빛 잎새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생명의 시작은 언제나 흙토에서 비롯된다. 그 위로 피어난 꽃잎들은 자신이 품고 있던 설렘과 비밀을 살며시 실토하며, 자연은 그 고백을 듣고 다시 한 번 모든 것을 검토하듯 잎과 꽃, 줄기 위에 질서 있게 생명을 그려낸다. 그렇게 한 줄기마다 이어지는 생명력은 흘러가야 할 방향을 아는 듯, 자연이 스스로 세운 오랜 모토를 따르고 있었다.


하지만 봄은 머물지 않는다. 꽃이 진 자리엔 아직 다 피지 못한 이들의 터전, 여토가 남아 있다. 그 속에서 조용히 이어지는 뿌리의 시간은 인내로 다져진 간토를 지나고, 마침내 땅은 한층 더 깊고 넉넉한 비옥토로 변한다. 그리고 그렇게 기다린 끝에, 꽃은 졌지만 새로운 열매가 맺힌다. 바로 노란 꽃 아래 조심스레 고개를 든 작은 생명, 방울토마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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