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오늘도 말없이 계절의 중심을 밝혀준다.
이 꽃 사진을 찍고 한참 동안 고민에 빠졌다. 이 꽃이 '마삭줄'인지, '털마삭줄'인지, 아니면 '백화등'인지 이름 때문에 큰 혼란이 왔기 때문이다. 정확한 이름을 알아야 그 이름으로 다시 국어사전을 찾아볼 수 있을 텐데, 더 중요한 건 사실 세 가지 이름 모두 처음 들어보는 꽃 이름이다.
다른 전문가분들과 비전문가분들이 올린 글들을 꼼꼼히 읽어보고 저 나름의 결론을 내렸는데, 이 꽃은 바로 '백화등'.
마삭줄 vs 털마삭줄
우선 마삭줄은 꽃밥 끝이 화관부 입구까지 닿는 반면, 털마삭줄은 꽃밥이 꽃부리통 입구까지 닿지 못한다고 한다다. 사진 속 꽃의 모습을 보니 '마삭줄'은 아닌 것 같았다.
털마삭줄 vs 백화등
털마삭줄은 잎이 좀 작고 잎맥의 선이 더 뚜렷한 반면, 백화등은 잎이 좀 더 크고 잎맥이 희미하게 보인다고 한다다. 찍은 꽃은 잎이 크고 잎맥이 희미해서 '털마삭줄'도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결론적으로, 내가 만난 이 꽃은 '백화등'인걸로 결정!
(혹시나 아니더라도 이해 부탁드립니다.^^)
바람결 속 계절은 지나간 주마등
피고 진 꽃마다 아름다움은 동등
봄비에 움츠린 들꽃들도 아등바등
짙어진 초록은 햇살 따라 기세등등
분주한 하루에 마음속 갈등
희망과 욕심은 언제나 비등비등
여름을 알리는 하늘빛 신호등
그 위에 조용히 피어오른 백화등
계절은 언제나 잔잔한 흐름 속에서 지나간다. 어느새 봄이 물러나고 여름의 초입에 들어선 지금, 지나온 시간은 눈앞에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주마등처럼 떠오른다. 피고 진 수많은 꽃들처럼, 아름다움은 그저 순간일 뿐이며 모두에게 동등하게 주어졌음을 깨닫는다. 그 속에서 작고 여린 들꽃들도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 피어났고, 어느새 짙어진 나뭇잎들은 태양을 머금으며 초여름의 기세등등한 기운을 뽐낸다.
그러나 우리의 마음은 계절의 흐름처럼 늘 평온하지만은 않다. 일상 속 선택과 망설임은 늘 갈등을 동반하고, 욕망과 만족 사이에서 감정은 비등비등 끓는다. 그럴 때 문득, 길가에 피어난 꽃 한 송이가 계절의 전환을 알려주는 신호등처럼 다가온다. 이 뜨거운 여름을 알리는 흰 꽃, 잎사귀 위에 조용히 내려앉은 백화등은 그렇게 오늘도 말없이 계절의 중심을 밝혀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