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마음 한쪽에 작은 여백 하나쯤은 남겨두어야 한다는 걸
햇살이 스며든 잎결따라 여린
고요한 초록이 마음묻는 여지
한낮의 적막도 의미있는 여름
귓가엔 바람이 스쳐가는 여울
하늘의 틈새엔 가능성의 여부
잠시멈춘 숨결 흐름없는 여유
바라본 나무끝 흔들리는 여념
그리움 하나쯤 남겨두는 여백
초여름 햇살이 부드럽게 스며들 무렵, 나뭇잎 끝에 맺힌 생명의 숨결은 아직 다듬어지지 않은 여린 감정처럼 고요히 흔들렸다. 초록빛 잎사귀 사이로 스며든 고요는 오히려 마음 깊숙이 말을 걸어오며, 보이지 않던 생각의 틈을 비집고 들어오는 여지를 남겼다. 이 계절,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온기 속에서 여름의 기운은 더 확실히 다가온다. 바람이 스쳐갈 때마다 그 미묘한 결을 따라 잎이 흔들리고, 그 흔들림은 곧 흘러가는 여울 같았다.
조용한 순간은 단지 풍경이 아니라,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어떤 계기이기도 했다. 과연 지금 이 평온함이 지속될 수 있을까, 하는 스스로에 대한 여부는 마음속에 잠시 머문다. 그러나 생각을 멈추고 바라보면, 지금 이 순간만큼은 아무것도 채우지 않은 듯한 여유가 있다. 그 여유 속에서 문득, 흔들리며 집중하지 못하던 여념이 다시금 피어나고, 결국 마음 한쪽에 작은 여백 하나쯤은 남겨두어야 한다는 걸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