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47화 - 내리자마자 사라지는 [우박]

겨울은 쉽게 떠나지 않으려는 듯 다시금 압박을 가한다.

by 마음이 동하다

차 안에서 밖에 떨어지는 빗방울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조그만 결절이 톡톡 튀며 떨어지는 모습을 발견했다. 순간 우박임을 직감하고 얼른 폰으로 사진을 담으려 했지만, 쉽게 잘 담기지 않았다. 내 눈에는 우박이 보이는데, 카메라에는 빗물만 담기는 게 안타까웠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찰칵찰칵




무제-47[꾸미기].jpg


3월의 공기는 봄이 임박

겨울의 차가움이 다시 압박

짧은 햇살에 마음은 반박

이제는 떠나가고 싶어 단박

얼어붙은 땅에 눈이 꼬박

이곳 부산에는 눈조차 희박

차가운 바람은 더욱 야박

내리자마자 사라지는 우박


3월의 공기가 따스함을 약속하지만, 그 안에는 겨울의 차가움이 여전히 남아 있다. 봄이 임박했지만, 겨울은 쉽게 떠나지 않으려는 듯 다시금 압박을 가한다. 짧은 햇살이 비추는 순간에도 마음은 여전히 반박하며, 따뜻한 계절이 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제는 내 마음속에서 겨울을 보내고 싶어 단박에 떠나고 싶은 기분이다.


얼어붙은 땅 위에는 겨울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전국 곳곳에서는 눈이 꼬박 쌓여져 가는데 부산 이곳에서는 눈조차 희박하다. 겨울의 끝자락이 더욱 쓸쓸하게 느껴진다. 차가운 바람은 더욱 야박하게 나를 감싸고, 그 속에서 기다림의 시간이 길어만 간다. 내리자마자 사라지는 우박처럼, 겨울의 기억도, 온도도 금세 사라지기 바란다.


겨울과 봄이 뒤엉킨 날들 속에서.


KakaoTalk_20250304_135728058_01[꾸미기].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46화 - 봄을 아느냐 네게 묻지만 [주렁주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