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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화 - 봄을 아느냐 네게 묻지만 [주렁주렁]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by 마음이 동하다

3월의 시작과 동시에 갑작스레 기온이 떨어졌다. 겨울 속의 추위보다 봄의 길목에 있는 추위가 더 차갑게 느껴진다. 밤새 내린 빗줄기가 약해지고 가늘어지기를 반복하며, 실선에서 꽤나 간격이 넓은 점선으로 바뀌어 갈 무렵, 문득 가로수 위에 주렁주렁 매달린 열매가 눈에 들어왔다.


사실 처음 보는 열매였고, 잎사귀 하나 없는 이 겨울에 어떻게 저런 열매가 굳건히 매달려 버틸 수 있었는지 의아했다. 얼른 카메라에 담고 인터넷을 찾아보니, 플라타너스 열매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제 이 녀석을 보면 이 나무가 플라타너스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겨울이 쉽게 물러서지 않는

봄이 오는 길목에서,

#찰칵~




일상기록 (1).jpg


겨울의 플라타너스 가지에 치렁치렁

비가 내리다 그치고 세상은 덜렁덜렁

3월이 시작되었건만 봄은 거짓부렁

차가운 바람에 나무는 헐렁헐렁

지나가는 계절의 흐름은 설렁설렁

물방울이 맺혀 나뭇잎은 출렁출렁

떨어진 기온에 마음은 일렁일렁

봄을 아느냐 네게 묻지만, 주렁주렁


겨울의 플라타너스 가지에 치렁치렁 매달린 열매들이 바람에 흔들린다. 비가 내리다 그치고 나서, 세상은 덜렁덜렁 불안한 기운을 머금고 있다. 3월이 시작되었건만, 여전히 봄은 거짓부렁처럼 느껴진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고, 나무는 헐렁헐렁 힘없이 흔들린다.


지나가는 계절의 흐름은 설렁설렁 느리게 흘러가고, 그 사이에 물방울이 맺혀 나뭇잎은 출렁출렁 춤을 춘다. 떨어진 기온에 마음은 일렁일렁 불안정한 감정이 가득하다. 봄을 아느냐 네게 묻지만, 주렁주렁 매달린 열매들은 그 답을 알고 있는 듯하다.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이 문구처럼, 나무는 봄을 기다리며 자신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일상기록 (2).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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