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 you be happy!
쉽지 않구나, 사진을 보고 무언가 적는 것도.
성별을 알 수 없는, 한 사람이 바위 위에 앉아 있다. 빨간색 후드 모자가 첫눈에 들어온다. 건강해 보인다, 반듯한 등이. 모자에 가려 성별을 알 수 없다. 그일까, 그녀일까, 가만히 앉아 낡은 오두막을 응시하고 있다.
‘바람에, 빗물에, 눈발에 휘날렸을 작은 오두막 앞에서 멈추었구나.’
Stop...
멍하니 앉아서 쉬는 시간은 필요하다. 가만히 앉아, 사진을 다시 떠올려 본다.
‘오두막과 사람이 참 상반적이구나.’
자원봉사하던 장면이 머리 위로 ‘훅’ 떠오른다. 자원봉사 수업 명단에 결혼이민여성이라고 적혀 있었다. 결혼여성 이주자라 적혀 있을 때도 있었다. 흔히 다문화 여성이라고도 부른다. 처음으로 맡았던 한국어 수업은 고급반이었다. 필리핀, 태국, 베트남, 중국, 러시아, 캄보디아 등에서 온 여성들이 많았다.
함께 수업을 하며 이들도 가만히 멈춘 채 멍할 때가 있었다. 모든 게 정지한 듯 우두커니 앉아있을 때가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툭’ 말하곤 했다.
“아이 알림장을 이해하지 못해서, 무슨 말인지 몰라서 챙겨주지 못했어요. 그 생각이 자꾸 나요.”
“어제 신랑이 화를 냈다. 갑자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중국 여성이었다. 중국 여성들은 한국어 존댓말과 예사말을 잘 구분하지 못해 보통 반말투로 말했다.)
“고향(태국) 가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추천서 써 주실 수 있어요?”
“선생님, 저 가게 차렸어요. 태국 칼국수 팔면서 재료도 파는 가게예요. 선생님 한번 오세요.”
이들은 수업 중에 이런 식으로 ‘불쑥’ 말하곤 했다. 그러면 이들 표정을 보며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말했다.
“잠시, 잠시만 누구누구 얘기를 조금 듣고 나서 수업을 진행해도 될까요?”
(고급반은 한국어 능력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만큼 학구적이었다.)
수강생들 반응을 보고 잠깐 상담을 해 주기도 하고, 원치 않는 눈빛이 있으면 “수업이 끝난 후에 우리 얘기해요”, 하고 계속 진행하기도 했다.
봉사활동을 하며 이들에게서 가장 많이 봤던 모습은 갑자기 멍하니 부동자세로 딴생각하는 표정이었다. 이들은 사진 속 사람처럼 가만히 앉아 있곤 했다.
사진은 뒷모습이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분명치 않은 이 사람은 어떤 표정일까. 낙엽 지는 계절에 숲 속에 혼자 앉아 있다. 이 사람 삶은 현재, 진행형일까, 그냥 마침표를 찍고, 쉬고 싶은 걸까, 아니면 잠시 쉬다가 음표를 달고, 다시 즐겁게 살고 싶은 걸까.
‘느끼며 살고 싶은 거겠지.’
“자신을...”
‘느끼며 살고 싶었을 거다.’
‘자신의 존재와 함께 살아있는 삶’을 느끼고 싶었으리라. 누군지는 몰라도, 왜 바위에 앉아 있는지는 몰라도 그 누구든 간에 (슬픔과 고통 속에서도) 행복을 향해 나아가기를, 행복하기를 바라여 본다.
May you be happy...
(20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