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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mileall May 02. 2021

내 입장이 타인 입장이고, 타인 입장이 내 입장이다


  *우리 피트니스 댄스 수업에서 두 달가량 결석한 회원 1이 서던 자리에 현재는 다른 회원 2가 서서 운동하고 있다.




  피트니스를 여러 달 쉬었다가 다시 오고 있는 회원 3 입장부터 살펴본다. 그녀는 다시 피트니스에 나오면서 이리저리 자리를 찾아 헤매던 중이었다. 이 글 첫 문장(*)에서 제시한 내용만으로는 애매하겠지만, 과연 그녀는 회원 1의 입장일까? 회원 2의 입장일까?

사람들마다 판단 기준이 다르고 결정할 때마다 작용하는 생각도 다르지만, 내 생각을 적어 본다. 그저 단순히 (일차적이고 가시적인 면만) 생각한다면, 그녀가 쉬었다가 왔다는 사실만으로 보통 회원 1 입장이라 여길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녀가 쉬었다가 다시 왔다는 사실과 자기 자리가 필요하다는 사실까지 더하여 이 두 가지 사실을 우선 고려한다. 그래서 그녀는 쉬었다가 왔지만 현실적 필요성에 의해, 실제적으로는 회원 2 입장이다. 알고 보면 그녀는 특정 어느 누구 입장을 눈에 띄게 적극적으로 지지할 게 아니라 조용히 있다가, 즉 가만히 정세를 파악하다가 현재 회원 2 경우를 노려야 할 입장이다. 그녀는 고정 자리가 필요하므로 회원 2를 지지하고 있어야 할 입장이다. 그러나 그녀는 알지도 못하는 회원 1에게 다가가 왜 댄스 수업에 들어오지 않느냐고 물으며 들어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 그녀는 자신이 어디에 서든 자신이 섰던 자리를 모두 내어주어야 하는 입장에 동의하는 꼴이 된다. (만약 회원 1이 다시 자리를 차지한다면 자기 자리를 지키지 못했던 회원 2의 예전 입장이 되기도 한다.)

그녀가 피트니스를 쉬는 동안에 모든 댄스 자리는 이미 다 차 버렸다. 그나마 비어 보이는 네 번째 줄도 출석률이 낮을 뿐이지 정작 자리는 모두 차 있다. 단지 출석률이 낮으면 고정 자리로 인정해 주지 않을 뿐, 자리는 차 있는 상태다. 따라서 그녀가 다시 왔던 무렵에도 댄스 수업에서는 빈자리가 없었다. 누구든 출석률이 낮을지라도 그 시점에서는 그녀보다 출석률이 낮은 사람은 없었다는 의미다.

회원 1이 결석한 지 어느덧 한 달 이상 시간이 흘러, 회원 1 자리가 이제 회원 2 자리로 결정 나 버린 마당에 무슨 연유인지 몰라도 안타까운 일이 추가되었다. 그녀와 가까이 지내는 걸로 알고 있는 회원 4와 회원 5마저도 상황 파악을 못 한 건지, 회원 1 곁에 맴돌며 수업에 들어오라는 등 자리에 관한 이런저런 말을 계속 건네었다.

‘이런 행동은 그녀의 전제 조건을 무시해서 일테지.’  

눈에 띄는 일차적인 면만 파악해서일 것이다. 회원 4는 그녀 입장을 이해하기가 쉬웠을 텐데 말이다. 회원 4도 그녀처럼 작년 내내 댄스 고정 자리가 없었다. 올해 들어 다시 댄스를 시작할 때에야 내 옆 자리에서 거의 고정적으로 운동하고 있다. 또한 회원 5 경우도 그녀 입장이 되어 줄 수 있다. 즉 회원 2 입장이 되어 줄 수 있다. 회원 5는 회원 2와 일치하는 동일성이 많다. 회원 2처럼 오래된 기존 회원인 데다 같이 앞 줄이었다. 게다가 이제는 앞 줄이 자리를 빼앗길 가능성이 있다. 왜냐하면 신입 회원이어도 두 번째 줄에 서도록 허용했고, 우리 피트니스 (경력이 없는 사람을 포함하여) 경력이 짧거나 실력이 없는 회원에게도 첫 줄과 두 번째 줄에 서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제나 누구든 첫 줄과 두 번째 줄에 서도 된다는 암묵적인 여론을 만들어 줬다.

여기에서 그녀가 쉬었다가 왔다는 사실과 자리가 필요하다는 현실에다가 세 번째 요소로 전제 조건이 있었다는 힌트까지 포함시킨다.(아래 내용 중에서 그녀(회원 3)와 회원 2의 공통된 전제 조건이 나온다.)

이렇게 그녀 입장을 파악하는 데 있어 적어도 세 가지 조건 정도는 적용할 필요가 있다. 그리하여 내가 보기에 그녀는 자기 자리를 다시 찾고 싶은 회원 2 입장이다.




  제삼자가 좀 더 이해할 수 있도록 회원 2 입장을 살펴본다. 그녀(회원 2)는 L피트니스(현재 피트니스의 그전 상호) 때부터 지금까지 댄스 수업에 들어오고 있다. 한마디로 기존 회원이다. 자기 자리가 있었던 오래된 회원이다.

“번뜩 떠오르리라, 추측되리라.”

여기서 밝히자면, L피트니스 때부터 그녀가 섰던 자리를 회원 1이 차지했던 거였다. 회원 1이 차지했던 자리는 원래 오랫동안 그녀 자리였다고 전해 들었다. 내가 L피트니스를 다니기 시작한 2018년 가을부터 2020년 봄까지는 댄스 수업에서 회원 1을 본 적이 없다. 즉 회원 1은 대략 3년에 걸쳐 댄스 수업에 들어온 적 없는 신입 회원이다. 신입 회원인 회원 1이 기존 회원인 그녀가 서던 두 번째 줄 자리를 차지했던 거였다. 신입 회원은 무조건 네 번째 줄 뒤에 서서 시작한다는 룰을 과감히 어기셨다. 직장에서는 이럴 경우, 낙하산 인사나 소파 승진이라는 단어를 쓰며 웅성거리는 경우다. 직장에서 말단 직원이 정식 절차인 여러 단계를 거치지 않고 그냥 건너뛰고 바로 임원급으로 승진할 수 없듯, 댄스에서도 두 번째 줄이나 첫 줄 자리는 쉽사리 서기 힘든 자리다. (피트니스를 계속 쉬지 않고) 최소한 몇 연차 연속 기존 회원이어도 그 줄에 설 수 있을까 말까다. 따라서 장기 회원이어도 서기 힘든 자리인데 그 자리에 신입 회원이 서 버린 것이다. 당연히 쑥덕거림의 대상이었다. (우리 피트니스에서) 쑥덕거림이란, 겉으로는 웃어주면서 속으로는 비웃거나 미워하면서 파벌끼리는 다양한 형식으로 흉본다는 뜻이다. 그녀 입장을 좀 더 언급하면, 회원2 입장에서는 최소 7년 이상 자신이 섰던 자리를 한순간에 회원 1에게 빼앗겨 일여 년 간을 자리 없이 뒷줄에서 운동하고 있었다. 회원 2 입장에서는 그러다 그제야 자기 자리로 돌아갔을 뿐이다. 자기 자리를 빼앗겼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회원 1을 흉보는 소리가 내게는 들리지 않았다. 다른 누구, 즉 회원 2와 친한 누구에게는 말했을지 몰라도 피트니스 내에서는 회원 2가 직접 회원 1을 흉보는 소리를 나는 듣지 못했다. 다만 회원 1을 동요하는 다른 회원들의 여러 태도가 보일 뿐이었다. 이들이 두 회원 자리 얘기를 다른 여러 회원들과 여러 곳에서 말해서 제삼자도 대부분 알 정도다. 누가 누구에게 먼저 말을 꺼냈는지는 몰라도 회원 1 이름과 자리에 관한 여러 말이 들렸다.




  회원 1이 타인의 고정 자리를 차지하고 운동하다가 장기간 결석한 후 자리가 없어지면서 겪는 상황은 피트니스 입장에서도 손실이다. 피트니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 있다. 기존 회원이 몇 년간의 공으로 차지한 자리를 신입 회원이 단번에 차지해 버린 상황, 이런 경우로 회원 재등록을 하지 않은 사람들이 생길 수 있다. 피트니스에서 계속 신입 회원에게 앞자리든 어느 자리든 마음대로 서라고 영업한다면 앞으로 피트니스를 그만 둘 사람들이 증가할 것이다. 몇 년을 쉬었다가 와도 첫 줄이나 두 번째 줄에 설 수 있다면 굳이 연속적으로 계속 피트니스를 장기 등록할 필요가 없고 그럴 이유도 없다. 언제든 쉬고 싶을 때 쉬다가 아무 때나 등록하면 된다. 신입 회원들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피트니스를 계속 다녀도 자기 위치가 보장되지 않을, 정착되지 않은 피트니스 분위기를 선호할 리 없다.

우리 피트니스가 어떤 경영 가치로 어떻게 운영하는지 몰라도 피트니스 측은 사람들을 보아야 한다.(사람들 속을 보아야 한다.) 피트니스 회원들을 각각 모두 소중하게 여겨야(모두에게 공정하게 영업해야) 한다. 회원들 모두를 진정으로 파악해야 한다. 즉 회원들 마음을 정성껏 헤아려야 한다. 그러나 현재 J피트니스는 신입 토끼 한 마리만 잡는 경영을 하고 있다.




  다시 회원 3과 관련 있는 자리 얘기로 돌아간다. 그녀가 근래 한 달 동안 서고 있는 자리는 회원 6가 서던 자리다. 회원 6가 3월 말부터 사정이 있어 한 달가량 결석하면서 그녀가 회원 6 자리에서 운동하고 있다. 그러다가 이번 주부터 회원 6가 다시 나오신다. 한 달이라는 시간은 댄스 수업에서는 긴 시간이다. 고정된 자리가 변할(지키지 못할) 수도 있는 긴 시간이다. 회원 1과 회원 2 경우엔 회원 1이 댄스 수업에 들어오지 않음으로써 회원 1 자리가 회원 2 자리로 최종 결정 났지만 회원 6은 다시 댄스 수업에 들어오고 계시다.

‘아이코, 피트니스 문제는 수학 문제보다도 더 복잡하구나.’

그녀가 쉬었다가 왔을지라도 L피트니스 때부터 다녔던 기존 회원이라는 점과 회원 6은 작년에 J피트니스로 변경되면서 새로 온 신입 회원이지만 지금껏 자기 자리였다는 점이 난점으로 봉착된다. 게다가 이 자리는 J피트니스로 재 오픈했을 때는 즉 두 회원의 시작점에선 그녀가 먼저 선점했던 자리다(이것이 앞에서 언급했던 그녀의 전제 조건이다. 기존 회원이면서 먼저 선점했던 자리라는 점). 이러니 난제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 난제는 주변 요소도 적용되겠지만, 그녀와 회원 6 두 사람이 직접 절충하여 결정할 문제다. 두 회원 모두, 댄스를 오래 한 경력이 있으므로 전반적인 댄스 룰을 알고 있으리라. 그 저반 위에서 또는 타인들(가령 댄스 회원들이나 선생님 등) 조언을 뒷받침하여 각자 주장을 하리라, 각자 입장을 내세우리라 여겨진다.




  이쯤에서 회원 6 입장도 살펴본다. 내 자리와 멀리 떨어져 있던 회원 1과 회원 2 경우는 담담했는데, 회원 3과 회원 6 경우는 바로 내 옆자리에서 벌어진 일이다.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마음을 가다듬고, 냉정하게 관찰한 대로만 적으려 노력 중이다.

회원 6은 우리 댄스 수업에서 센터인 회원 7에게는 한 달가량 결석한다고 얘기했다고 한다. 하지만 총무에게는 전달했는지 모른다. 회원 6가 결석에 관한 건 총무에게 말했어야 하건만 어찌했는지는 모른다. 총무가 회원 6가 한 달 후에 온다는 사실을 직접 들었든, 누군가로부터 전해 들었든 간에 만약 알고 있었다면 회원 1도 모른 척하지 않았을까. 회원 3을 챙기려는 마음이 있었다면 말이다. 하지만 감투를 쓰면 말과 행동이 어려워진다. 아마도 총무는 모르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알았든 몰랐든 총무로서는 어떻게 해야 했을까. 현재 총무는 총무로서의 역할을 잘하고 있는 편이다.

어찌 되었든 회원 6은 믿는 구석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댄스 수업 바로 전에 있는 필라테스 수업을 들어가고 있다. 필라테스 수업을 들어가면 다이어트 댄스 수업 자리에 이름을 쓸 넉넉한 기회가 없다. 제삼자가 볼 때는 댄스 수업에 대한 비중이(열정이) 적고 자리 차지에 대한 의욕도 욕심도 없어 보인다.

어떤 경우든 (누구나) 둘 다 가질 순 없다. 운동을 즐기는 회원 7과 회원 8도 필라테스에 들어가고 싶지만 댄스 수업을 위해 화수목은 필라테스를 포기한 상태다. 나도 가끔은 필라테스를 들어가고 싶지만 댄스 수업이 우선이기에 화수목엔 그쪽으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는다. 필라테스 수업을 들어가면서 동시에 댄스 수업 자리까지는 확보할 수 없다. 회원 6은 필라테스 수업에 들어가지 않고서 댄스 자리 명단을 적는 시간에 맞추어 대기하다가 자신이 서던 자리를 재 확보하던가, 아니면 필라테스를 들어가야겠다면 댄스는 네 번째 줄 이하에 서서 운동하면 된다. 이는 회원 6가 필라테스 수업을 하고 있는 동안에 회원 3가 그 자리에 이름을 쓸 기회를 주기(여지를 주기) 때문이다.


  이제 세 회원 1,2,3의 입장을 간략히 정리해 본다.


  회원 1은 타인 자리(회원 2 자리)를 차지한 입장이었다가 현재는 타인에게(회원 2에게) 자리를 내어 준 입장이다.


  회원 2는 타인에게(회원 1에게) 자리를 내어 준 입장이었는데 현재는 (비록 자기 자리였지만) 타인 자리를(회원 1 자리를) 차지한 입장이다.


  회원 3은 타인(회원 1) 입장을 지지하여 다가갔지만, 알고 보니 자신이 또 다른 타인(회원 2) 입장이었다.


  결국 인간은 자신이 타인이고 타인이 곧 자신이다. 자신이 타인 입장이 될 수도 있고, 타인이 자신 입장이 될 수도 있다.

 그렇구나,

 ‘내가 곧 타인이고 타인이 곧 나로구나!’






  아이코, 우리 선생님 예찬 글을 쓰려고 든 펜을 매번 잘못 조준한다. 다른 얘기를 자꾸만 쓴다. 길을 찾는 과정이겠지, 하면서 언제쯤 바라는 대로 쓰려나 하며 웃는다.



(사진출처 : 여유 이천댁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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