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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Aug 11. 2020

죽은 자의 집 청소

책 리뷰

이 책의 작가는 혼자 외롭게 죽어갔을 사람들의 마지막 흔적을 청소하는 특수 청소부다. 그는 단순히 집을 청소하는 청소부가 아니라 그들의 쓸쓸한 죽음을 가장 안타까워하는 사람이자 아무도 모를 죽음에 유일하게 애도를 표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책을 읽는 동안, 작가의 시선으로 묘사된 현장들은 내가 만났던 환자들을 떠올리게 했다.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머릿속에 그려지면서 죽음이 나와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는데, 더군다나 문학적 소양이 부족한 나에게 작가의 표현 방식과 비유는 여러 번 감탄을 자아내게 하면서 점점 더 몰입하게 되었다. 반면, 죽은 사람에 대해 궁금해하고 이해하려는 그의 마음은 특히나 인상적이었지만, 자칫 누군가에게는 자살이 미화되는 것처럼 보일까 봐 걱정이 되었다.


언젠가는 내가 당신의 자살을
막은 것을 용서해주면 좋겠다.

나는 아직 배에서 내리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함께 배를 타고 있다.
그것만큼은 오래도록 잊지 않을 것이다.


나는 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되었을까. 그 선택을 하는 순간, 나는 적극적으로 자살을 막아야만 하는 배를 타게 된 것은 아닐까. 하루에도 여러 번 자살을 생각하고, 시도하고, 때로는 안타깝게 떠나보냈던 환자들이 다시금 떠오른다. 그들의 마음이 한 번도 이해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오히려 너무 감정이입이 되면, 나라도 죽고 싶은 마음이 들겠다며.. 치료자로서 무기력해질 때도 있었다.


특별한 직업?
특별하지 않은 이는 아무도 없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은 고귀하다.
내가 하는 일도 너무나 소중하다.


그리고 당신도 소중하다. 적어도 당신의 이야기를 귀 기울이며 묵묵히 들어주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 감히 전문의라는 자격증 하나로 당신을 막겠다는 것은 아니다. 당신의 마음을 모두 헤아리기는 어렵겠지만, 단 한 번이라도 나에게 공감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감사하게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보겠다.
 
끝으로, 죽음을 고민하는 사람에게 죽지 말라는 이야기는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직접적인 표현으로 물어보고,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 자살을 생각한 이유와 삶의 이유도 물어보고, "무슨  있었어? 진짜 힘들었겠다" 가능하다면, 전문가에게 연결해보는 것이다. "같이 가볼래?"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생명의 전화 1588-9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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