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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ㅇㅅㅇ Mar 18. 2021

생일

Happy birthday

3 13일은 내가 태어난 날이다. 3 14 화이트데이 전날이기도  3 13일은 우리나라에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생일이다. 왜냐면, 나의 주민등록번호는 2월로 되어있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빠른으로 학교를 일찍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반대였다.


지금도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새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만 나이를 조사했다. 그러다 보니 난 늘 학급 친구들보다 한살이 많았다. 그리고 생일 순서대로, 아니 정확히 말하면 주민번호로 학급 번호가 정해졌기 때문에 항상 1번이었다. 참 고지식하게도, 담임선생님들은 늘 번호대로 자기소개를 시켰고, 그렇게 난 처음 만난 자리에서 먼저 말하는 것이 익숙해졌다. 신기하게도 내가 말한 자기소개 형식 그대로, 마지막 번호까지 똑같이 하는 걸 볼 때마다 이번엔 조금 다르게 스타트를 끊어볼까 고민한 적도 있었다.


여러 가지 이유로 학창 시절엔 생일이 남들보다 빠른 게 별로 좋지 않았다. 새로운 친구들과 친해져서 서로의 생일을 챙길 시점이 되면 어느덧 3월 중순이 넘어가기 마련인데 그때는 내 생일이 이미 지난 뒤였기 때문에 친구들은 미안해하며 내년에 챙겨주겠다고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시간이 지나 반이 바뀌고 생일 당일이 되어도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기억하는 친구들이 많이 없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오랜 기간 생일 축하를 받는 것보다 누군가의 생일을 기억하고, 축하해주고, 챙겨주는 것에 익숙해졌다. 어떤 선물을 주면 좋아할까 고민하는 시간도 좋았고, 축하를 빌미로 오랜만에 연락하는 것도 참 좋았다. 그러다가 생일이 이었던 저번 주 토요일에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카카오톡에 내 생일도 공개가 되나?


최근 몇 년간 직장 동료나 가족 이외에는 딱히 생일 축하 연락을 받은 기억이 없었다. 분명 그동안 숨기고 싶었던 것은 아닌데, 내가 챙겨줬던 사람 대부분이 생일이 지난 뒤에 연락이 오거나 생일 당일에도 연락이 오지만 축하인사를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생일 공개가 안되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당일이 되어서야 뒤늦게 생일을 등록했는데, 정말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축하 연락과 선물이 쏟아졌다.


참, 사람 마음이 간사한가 보다


나는 굳이 받지 않아도 내가 주는 기쁨이 더 보람 있다고 생각하고 살아왔는데, 막상 많은 사람들에게 축하를 받아보니 참 좋더라. 그런데, 이제는 누군가를 챙겨줄 때마다 혹시나 다음에 받는 것을 나도 기대하게 될까 봐 조금은 두렵기도 하다. 이럴 때 하는 말이 맞는지 모르겠지만, 초심을 잃지 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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