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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yla J Mar 26. 2023

[100-85] 자립에 대하여_노트

feat.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황지우

무제, 2022.11, Ayla J.


요즘 MBTI에 관심이 많이 생겼다. 처음에는 혈액형으로 사람의 성격을 구분하는 것이나 에니어그램, MBTI등으로 사람의 유형을 구분하는 일도, 사주팔자로 성격이나 운명을 예측하려는 것과 마찬가지로 바넘효과 쪽으로 봐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많았다. 워낙 증명하기 어려운 비과학 영역으로 분류되는 일들이라 판단하는 일은 여전히 조심스럽다. 하지만 나는 분명 심리나 역학에 관한 이런이야기들에 관심이 많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가 합리적이고 객관적이고 싶어하다보니 이런 관심은 어느 정도 숨기고 감춰야 할 일 중 하나가 된다.


어쨌건 그저 나 조차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나를 한 인간으로써 좀 이해해보고 싶은 것이다.


나는 대체로 사람들에게 이해받지 못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산다. 그리고 조직활동을 잘하지 못하는 편이다. 그러다 보니 불편함들이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에 섞여 들어가고 싶지 않은 어떤 욕구가 있다. 독립성이 강하지만 의외로 주변에 영향을 많이 받고 의존성도 강해질 수 있는 편이라 늘 경계하게 되는 부분 중 하나다. (매우 극단적임…)나는 여러모로 살아남기에 매우 유약한 성질을 지녔다. 늘 뿌리가 없이 둥둥 떠다닌다는 생각을 하며 사는데, 자립하는 데 있어서는 어찌 되었던 내 발로 내 기둥으로 내 뿌리로 서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내가 나로 서있을 수 있어야 소통도 연결도 가능하지 않은가. 그런 고민들을 하는 요즘인데, 내가 이해받지 못하다 보니 내가 이해하고 싶다는 그런 동기들이 생기기도 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자신의 MBTI나 기껏해야 가장 가까우며 불편한 가족관계나 친구의 MBTI정도나 궁금해할 것이다. 나 역시도 내 타입만이 궁금했다. 내가 그런가 아닌가. 갸우뚱해지는 것들도 있지만 남들은 별로 궁금하지 않았다. 남들 역시 마찬가지일 테다. 그러던 중 이럴 때 이렇게 행동한다는 다른 타입들을 함께 다루고 있는 짧은 영상들을 좀 보게 되었다.


정말 다르긴 하구나.


각각의 프레임이 다르다. 성향과 경험과 취향과 환경 등에 의해 형성되어 온 프레임들이 다르다. 역학적으로 들은 이야기와 MBTI 성향이 어쩐지 매칭이 되는 부분들이 많아 이걸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잠시 생각해본 건 생시에 따른 사주팔자등에서 나타날 수 있는 성향들이 유형별로 받아들이기 쉽게 반영이 되어 있겠구나 하는 점이었다. 아무튼 엊그제 가까운 친구와 이야기를 하는데, 나를 많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친구였는데 점점  더 이해가 닿지 않는 지점에 이른다. 나는 계속 한국에서 살았는데 뭔가 모르게 한국말 문법과 문화를 다시 배워야 하는건가 정말 진지하게 고민이 되었다.

   

점점 더 조심스러워지기만 하는 요즘이다. 그래서 더더욱 자립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강해진다.


나는 나무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종종 하기도 하는데, 차라리 저 나무가 없는 편이 나을까. 그런 생각도 문득문득.



<겨울-나무로부터 봄-나무에로, 황지우>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13도

영하 20도

지상에

온몸을 뿌리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 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 받은 몸으로,

벌 받는 목숨으로

기립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혼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

영상으로

영상 5도

영상 13도

지상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피는 나무는

자기 몸으로

꽃피는 나무이다.



#책과강연 #백백프로젝트 #일보우일보 #우보천리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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