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명랑하게 살자
어느새 90번째 글…
100일이 열흘 남았다. 그리고 이제 또 슬슬 다음단계로 진입을 시작해야 할 때. 늘 사는 것이 버겁고 무겁다. 물 먹은 솜을 끌고 다니는 기분으로 산다. 무겁고, 진지하고 슬프고 외롭다.
아이가 걱정되어 이혼을 하지 못한 채 무언가 상황을 바꾸어보려고 노력하지만 싸움이 일상처럼 반복되기만 한다던 커플의 이야기에 또 한참 골몰한다. 우리는 늘 크고 작은 문제들을 다루고 또 넘어가며(산 넘어 산처럼) 살아가는 것 같은데, 혹시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까? 정말 일상의 대부분을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사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긴 하는 걸까? 물론 그런 삶들도 있기야 하겠지만 어쩐지 궁금해진다.
해맑은 웃음이라도 그 뒤에는 늘 그림자같이 크고 작은 인생의 고비들이 있었다. 겉이 화려해 보일수록 그 그림자는 더 길고 짙었다.
잘 모르겠다. 그렇지 않은 인생들도 있겠지. 내가 잘 모르니…
오늘은 어떤 그림을 찾아볼까 하다가는 유난히 일찍부터 활짝 만개한 벚꽃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밝고 따뜻한 꽃그림들을 좀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마음이 동하는 그림이 없다. 사실 이미 박제되어 생명력은 사라진 ‘그림’이다. 꽃은, 생명이다. 그 생동하는 생명력을 느끼고 싶었다.
어린 시절에는 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일주일정도밖에 보지 못하는데, 비싸다. 전혀 실용적이지 않은 데다가 여성여성한 것들을 매우 거부하고 스스로 터부시 하던 때라 여성성의 느낌이 강하게 다가오는, ‘꽃을 난 별로 좋아하지 않아’라고 늘 말하곤 했다.
내가 꽃을 좋아하게 된 것은 늦은 나이 유방암 수술을 하고서도 기어이 떠났던 영국에서부터였다. 사실 그때, 잠시였지만 내 인생에서의 많은 것들이 바뀌게 된 기점이다. 그냥늘 소망하던 일이 일어나 기분이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던 것들도 다시 보게 되었던 계기가 되기도 했고…생전 안 하던 운동이나 다이어트도 그때, 그 누구의 이야기도(도인들의 이야기들 조차도) 듣지 않던, 아니 들을 수 없었던 내가 누군가의(나보다 한참 어리던 친구의)말을진지하게 듣고 싶어했던 것도 그때, 그냥 대단치 않게 마트한 구석에 늘 존재하던 꽃들이 ‘참 좋네’ 라고 생각했던 것도 그때…
아마 나의 생명력이 최대치였던 때여서 그랬나보다 한다.
그리고 컴백되어 왠지 물을 더 먹어버린 듯한 솜을 질질 끌고 다니게 된 지금…그랬던 때가 무척 그리워진다.
생명력.
내가 사용하는 아이디 중 하나는 ‘명랑’. 생명사랑의 줄임말이다. 중의적인 의미를 숨긴채 사용하곤 한다.
명랑하게 살아가야 할, 다시,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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