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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yla J Apr 01. 2023

[100-90] Flowers…

feat. 명랑하게 살자

어느새 90번째 글…


100일이 열흘 남았다. 그리고 이제 또 슬슬 다음단계로 진입을 시작해야 할 때. 늘 사는 것이 버겁고 무겁다. 물 먹은 솜을 끌고 다니는 기분으로 산다. 무겁고, 진지하고 슬프고 외롭다.


아이가 걱정되어 이혼을 하지 못한 채 무언가 상황을 바꾸어보려고 노력하지만 싸움이 일상처럼 반복되기만 한다던 커플의 이야기에 또 한참 골몰한다. 우리는 늘 크고 작은 문제들을 다루고 또 넘어가며(산 넘어 산처럼) 살아가는 것 같은데, 혹시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까? 정말 일상의 대부분을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사는 사람들이 이 세상에 존재하긴 하는 걸까? 물론 그런 삶들도 있기야 하겠지만 어쩐지 궁금해진다.


해맑은 웃음이라도 그 뒤에는 늘 그림자같이 크고 작은 인생의 고비들이 있었다. 겉이 화려해 보일수록 그 그림자는 더 길고 짙었다.


잘 모르겠다. 그렇지 않은 인생들도 있겠지. 내가 잘 모르니…


오늘은 어떤 그림을 찾아볼까 하다가는 유난히 일찍부터 활짝 만개한 벚꽃들을 떠올렸다. 그리고 밝고 따뜻한 꽃그림들을 좀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마음이 동하는 그림이 없다. 사실 이미 박제되어 생명력은 사라진 ‘그림’이다. 꽃은, 생명이다. 그 생동하는 생명력을 느끼고 싶었다.


출처 Instagram @corinthiahotel

어린 시절에는 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일주일정도밖에 보지 못하는데, 비싸다. 전혀 실용적이지 않은 데다가 여성여성한 것들을 매우 거부하고 스스로 터부시 하던 때라 여성성의 느낌이 강하게 다가오는, ‘꽃을 난 별로 좋아하지 않아’라고 늘 말하곤 했다.


내가 꽃을 좋아하게 된 것은 늦은 나이 유방암 수술을 하고서도 기어이 떠났던 영국에서부터였다. 사실 그때, 잠시였지만 내 인생에서의 많은 것들이 바뀌게 된 기점이다. 그냥늘 소망하던 일이 일어나 기분이 좋았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던 것들도 다시 보게 되었던 계기가 되기도 했고…생전 안 하던 운동이나 다이어트도 그때, 그 누구의 이야기도(도인들의 이야기들 조차도) 듣지 않던, 아니 들을 수 없었던 내가 누군가의(나보다 한참 어리던 친구의)말을진지하게 듣고 싶어했던 것도 그때, 그냥 대단치 않게 마트한 구석에 늘 존재하던 꽃들이 ‘참 좋네’ 라고 생각했던 것도 그때…


아마 나의 생명력이 최대치였던 때여서 그랬나보다 한다.

그리고 컴백되어 왠지 물을 더 먹어버린 듯한 솜을 질질 끌고 다니게 된 지금…그랬던 때가 무척 그리워진다.


생명력.


내가 사용하는 아이디 중 하나는 ‘명랑’. 생명사랑의 줄임말이다. 중의적인 의미를 숨긴채 사용하곤 한다.


명랑하게 살아가야 할, 다시, 봄.

출처 Instagram @acvstudio
출처 Instagram @acv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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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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