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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yla J Apr 07. 2023

[100-96] 여성예술가들(?)

Katherine Ace (b. 1953), nine Portraits, 2019.


“They have tenacity, have lived through sexist decades, told they couldn’t really be artists.”

”그들은 끈기가 있었고, 수십 년의 성차별적인 삶을 살아오며 진짜 예술가는 될 수 없을 거라고 말해왔다. “

Katherine Ace



나는 여성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보지 않으려고 애써왔던 여성의 삶에 대해 자꾸만 다시 들여다보게 되는 일이 생긴다. 아마도 또 다른 의미로 나 자신을 들여다봐야 하는 시기인가 보다 생각한다. 최근에 보게 되는 그림들이 어쩐지 줄곧 거부해 왔던 나에게로의 초대장을 계속 보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어린 시절 나의 맹랑한 꿈 중 하나는 군자가 되고 싶은 거였다. 신사임당 같은 현모양처를 꿈꾼 적도 나이팅게일이나 마더테레사 같은 사람이기를 꿈을 꾼 적도 없었다. 그렇다고 여성전사의 이미지인 잔다르크도 아니었다. 군자. 공자 같은 군자. 이순신장군 같은 군자. 다산 정약용 선생님 같은 군자. 어린 시절에는 황희정승이 멋있어 보였던 것 같다.


그리고 나에게 요구하는 여성상에 대해서 눈살을 찌푸려왔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남자애처럼 자란 것은 아니다. 수줍음이 많았고, 조용했다. 고무줄놀이를 좋아했고, 치마를 입는 것도 좋아했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남동생을 위해 밥을 차려야 한다거나 설거지를 하는 일등에 대해서는 거부해 왔다. ‘네가 먹을 건 네가 챙겨라. 네가 먹은 건 네가 설거지를 해라. ’ 나의 주장은 그런 것이었다. 다행히 너그러운 부모님과 조부모님들이었기에 매번 듣지 않는 나에게 그냥 매번 당부만 하실 뿐이었다.


그리고 중고등학교 즈음의 어느 날은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를 읽으며 저 작품 안에 노인이 만약 할머니였다면 멋진 그림이 될 수 있었을까 생각해 봤는데 아무래도 멋진 그림이 그려지지 않았다. 그때 처음으로 왜 나는 남자가 아닐까 생각해 봤을 뿐이었다.


그저 여자친구들의 일상적인 가십들이 나는 별로 재미가 없었고, 사춘기 시절 사사로워만 보이는 그 자글자글한 감정다툼들이 나는 늘 영 불편했다. 나 역시 질투가 많은 사람이라 내가 가진 그런 감정들을 들키기도 싫었고, 그런 감정들이 올라오는 자체들이 영 불편했다. 그래서 대학즈음부터는 남자친구들이나 선배오빠들과 주로 어울려 다녔다. 나를 귀여워해 주기도 했지만 적어도 그런 감정적인 소모는 덜했으니까. 단짝처럼 다니던 여자친구가 있긴 했는데 그 친구는 종종 나에게 상처를 받았다. 너 참 무심하다고.


결혼은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예 초등학교 때부터 난 결혼은 안 할 거라는 말을 미리 해왔다. 그냥 못할 것 같았다. 내 성격을 받아 줄 수 있는 사람도 없을 거라는 생각이었고, 그렇다고 내가 전형적인 가정구조 안에서 살갑게 잘 내조하며(일을 한다 하더라도 밥 챙기고 청소 챙기고 등등) 살 수 있다는 자신이 없었다.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지도 이해가 안 갔다. 왜 엄마는 늘 모든 일을 다하는지 모든 일을 다하는데도 결국 감정적인 표현들 때문에 좋은 소리를 못 듣게 되는지 그런 것들도 통 마음에 들지 않았다.


요즘 주변의 이야기를 종종 듣게 되는데, 여전히 한국에서의 여성의 삶은 별달리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이었다. 돈이 있으면 일하면서 아주머니가 청소며 아이 돌보는 일은 덜어주시는 것 같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육아와 집안일 심지어 본인의 일까지 사실 모조리 여성의 몫인 경우가 많았다. 글쎄… 아직은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문제들을 이제는 여성으로서 나 역시 어떤 삶을 다시 꿈꾸는게 좋을지 관심 있게 들여다보게 된다.



캐서린 에이스는 9명의 북서쪽 여성 예술가들의 초상화를

그렸다. 왼쪽의 액자도 흥미로운데 9명의 남성화가를 그린 앙리판틴 라투르의 “바티뇰의 스튜디오, 1870”

그림을 바라보는 관람자를 찍는 듯한 핸드폰의 제스츄어가 나는 무척 흥미로웠는데, 캐서린 자신이라고 한다.


놀라운 것은 이 시대에 여성 예술가들이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 작가들의 그림은 남성예술가들의 그림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치로 알려지고 판매되었다는 통계가 있었다. 다시 한번 통계 자료를 좀 찾아봐야겠다.



#책과강연 #백백프로젝트 #일보우일보 #우보천리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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