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yla J Jun 06. 2023

[100-18] 기억의 추상화

아트한스푼 노트

Szilard Husznk(b.1980)

헝가리 아티스트, 독일에서 작업


Szilard Husznk, LC Nr.97_180X150, 2020 출처 Ocula
Szilard Huszank, LC Nr. 70, 2017-2018 출처 Ocula

노트1.

캔버스 안에는 주홍색도 초록색들도 푸른색들도, 노란 색도, 붉은색도 보라색도, 흰 색도 함께 있다. 하지만 주홍색의 면적이 넓어 언뜻 보기에는 주홍색의 그림이구나 하며 인지한다.


나무가 있었다. 숲에 가면 나무들을 보게 된다. 저렇게 누워있는 나무도 참 많이 보았다. 그런데 늘 숲을 그려볼 생각을 하면 지루해진다. 숲에 들어가면 숲냄새, 나무냄새, 흙냄새, 자박자박 낙엽 밟는 소리, 물소리 등 기분이 좋아지고 상쾌해지곤 한다. 괜스레 혼자 있으면 나무랑도 얘기하고 풀하고도 얘기하고 좀 도른자녀석이라 대꾸도 없는 녀석들을 데리고 혼자 이러쿵저러쿵하기도 하는데,  나무를 그려볼까(아, 그래서 나무는 좀 희한하게 그려본 경험이 있긴 하다. 아 그러고 보니 나무가 예전에는 내 주제였다.) 숲을 그려볼까 하면 보이는 대로 그려야 한다는 생각에 그 숲 속에서의 그 느낌이 잘 나지 않기도 하고, 너무 전형적인 사진이나 그림이 되어버려 지루해지는 주제가 되기 십상이다.


노트2.

그런데, 나무를 주황색으로 온통 칠해놓았다니! 라며 반가웠다.


노트3. 경계를 흐려놓았다. 이것이 나무인지 빛인지 숲인지 추상의 그림인지 온통 경계를 색으로 뭉개 놓았다. 아주 맘에 든다. 나는 구상그림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편인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공부가 필요하다. 이제까지 이해한 바로는 구상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자신을 둘러싼 세상을 좋아해서 그걸 남기고 싶기 때문에 눈에 보이는 그대로 그리고(감정이입충동), 주변환경이 온통 옳고 그름의 경계도 없고 불안감이 커질 때 추상충동이 커진다는 이야기가 있었다._독일의 미술사가였던 보링거에 의하면 예술을 충동하는 예술의욕에는  감정이입충동과 추상충동이 있다.


Szilard Huszank, LC Nr. 98, 2018 출처 Ocula

노트3.

돌들의 주변이 분홍노랑하다니. 이건 언젠가 꼭 한번 시도해 봐야겠다.


Szilard HuszankLC Nr. 100, 2018

노트4.

사실 나는 색을 잘 쓰지 못한다. 색을 쓰려고 하면 많이 불안해지곤 하는데, 색들 간의 힘조절을 잘해주는 것도 참 필요한 일인 것이다. 어쩌면 관계의 역학관계를 잘 조절해 나가야 하는 일이 이런 전체적인 그림의 시각적 밸런스처럼 '힘의 크기를 모두 동일하게'가 아니라(그럴 수도 없지만) 그 집단의 전체적인 밸런스가 무엇을 향하느냐에 있지 않을까 싶다.  

Szilard HuszankLC Nr. 69, 2021

노트5.  

색색들이 무지갯빛처럼 선을 맞춰 딱딱 맞춰진 그림도 사실 꽤 멋지다. 그림 속 색들이 여러 역할을 하는 것처럼 노란빛이 주가 된 이 그림에서는 노란이가 주인공이지만, 다른 색들도 전혀 힘을 잃고 있지 않다는 것. 제각각 그림에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러니까 어떤 그림을 그릴 것이냐. 어떤 그림을 그리고 싶은 것이냐. 그것이 잘 디자인(설계)되거나, 저절로 디자인(설계)이 되거나


노트6.

그림 이야기를 하다가 다른 데로 샜지만,

내가 서있던 그 순간의 인상을 떠올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기억들을 구체화시키는 것도 물론 필요하지만, 기억들을 추상화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만약 그 기억이 아름답지 않을 경우 더욱 효과적일 수 있겠다. 나는 그때 어떤 색을 느꼈던가. 색을 혹은 형태를 움직이게 하고, 흐르게 하고, 어차피 조작되고 왜곡될 기억을 아름답게 왜곡시켜 버리기.


노트7. 제목도 재밌다. 그림 호수나, 그림 크기를 제목에 넣었다. 감성적인 그림 느낌에 반해 꽤 무심하며 이성적인 제목시스템인데, 추상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은 어딘가 무언가 분명함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의지일수 있으므로 납득이 가는 제목이기도 하다.

     

Exhibition view: Szilard Huszank, Imagine, Galerie Tanit, Munich (8 September–8 October 2022)


이미지출처: OCULA


#백일백장 #백백프로젝트 #책과강연 #일보우일보 #우보천리 #에일라아트러닝랩


이전 03화 [122•20-1] 전쟁 with 헨리무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