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키스트아워, 헨리무어
노트1.
손노트를 하고 있었다. 어째 멀티가 잘 안 될까 하는 생각을 한다. 마음이 늘 바쁜 탓도 있지만, 불필요한 과정을 필요한 과정으로 만들어가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할 듯하다.
21일로 쪼개어 가볍게 리서치 노트를 쌓아가 보기로 다시.
아, 100일 숫자를 맞추고 싶으니 아무래도 20일씩으로 나누는게 좋겠다.
Success is not final. Failure is not fatal. It is the courage to continue that counts.
성공은 영원하지 않고, 실패는 치명적이지 않다. 중요한 것은 용기를 잃지 않고 계속해나가는 것.
- Winston Churchill
노트2.
영화 Darkest Hour, 2018년에 개봉했던 영화네. 그에 대해서는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사실 윈스턴 처칠을 좋아한다. 그는 독일과의 전쟁 속에서 국민들을 위해 결정해야 했는데, 그 자신이 검은개라고 부르던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결국 연합국을 승리로 이끌어내긴 했지만… 그 시절만 보면 얼마나 기를 쓰고 살아냈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 늘궁금해지는 인물이다.
다키스트 아워는 윈스턴 처칠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전쟁영화라기보다는 전쟁 속에서의 정치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일 때, 1940년 5월 영국 총리 내빌 체임벌린의 사임과 윈스턴 처칠의 총리 임명.평화폅정을 주장하던 체임벌린과 대치하며 독일과 싸워야한다는 주장을 홀로 밀고 나가야 했던 처칠. 기억나던 한마디는,
“호랑이 입 속에 머리를 집어넣고 어떻게 호랑이와 대화를한다는 말입니까?” 그는 평화협정을 종용하던 전시내각구성원들에게 격분하며 말한다.
이 얘기는 나중에 따로 다루려고 했는데 이야기가 길어졌다. 다시 돌아와 그림에 집중하려고 노력하는 날들이다. 오늘 내 눈에 들어왔던 그림은 다름 아닌 헨리무어였는데, 그 역시 2차 세계대전을 겪은 전쟁미술가이다. 전쟁 중을 생각하다가 떠올랐던 다키스트 아워였다.
노트3. 1967년 헨리무어는 그의 기존 스케치북을 기반으로 <Shelter-Sketch- Book>이라는 포트폴리오를 제작했다. 2차 세계대전 중 무어가 공식 전쟁 예술가로 재직하며 만든 것이다.
노트4.
헨리무어(British, 1898-1986), 주로 사람의 형태를 대리석과 청동을 사용하여 돌인지 사람형상인지 뼈다귀인지 모호하고 둥글하며 유기적인 형태의 조각들을 제작한 조각가이다. 평소에도 이런 유기적인 형태의 그의 조각품들을 좋아하던 터라 영국 테이트에 방문했을 당시 그의 작품들이 있던 방에서 한참을 서성였던 기억이 있다.
그의 드로잉 스케치들도 많은데, 그의 드로잉 답지 않은 밝은 파스텔톤의 분홍빛이 의아해서 잡아 두고 있었다.
두 여인의 시선은 각기 다른 곳을 향하고 있지만 손을 꼭 마주잡고 있는 것 처럼 보인다. 뒤쪽으로 보이는 노란 그림자가 마치 놀고 있는 아이들처럼 보이는 건 지나친 상상일까. 두 여인의 눈은 무언가를 향하고 있다. 어딘가를 향하고 있다. 두려움일까 아니면 희망일까. 그녀들의 발 아래는 피투성이.
노란색은 태양의 색이라 보통 희망의 색으로 여겨진다. 모어가 어떤 의미로 이 색들을 썼는지 지금으로써는 알 수 없지만,
검은개가 늘상 쫒아오는 듯한 우울감과 함께 살아야 하거나 도무지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전쟁 속 생존에 대한 불안감 속에서도 사실 어떤 유머 혹은 밝고 따뜻한 색들이 정말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쟁을 겪은 사람들은 어땠을까 어떤 연민을 가지고 상상하기 어려운 삶을 살아냈을 것 같다고 종종 짐작하곤 한다 하지만 영국에서 잠시 머무를 때 한 선생님의 어머님이 전쟁시절을 실아오셨는데, 뭐 우리가 생각하는 것 만큼 특별히 고통스러움을 느끼거나 하지 않았다고, 지금 사는거나 크게 다를 것 없어~ 라고 했던 걸 보면 전쟁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있는 곳이 아니면 지금의 자연재해로 인한 급작스러운 사태를 대하는 정도로 살았건 건 아닐까 싶다.
어느 시대나 사는 건 늘 어렵기도 하고, 개개인마다 느끼는어려움의 정도는 시대의 어려움과는 또 다를 수 있겠다는 것.
노트 5.
찾아보니 1940년 같은 제목의 드로잉이 있었다. 무어의 그림은 이렇듯 주로 칙칙하다. 무겁고 어둡다. 그런 와중에 여인들과 아이들이 자주 등장한다.
——오늘은 여기까지.
찾다 보면 반나절, 하루쯤은 그냥 금방이라 조금씩 내가 내뱉은 말처럼 한 스푼씩만. 문제는 이렇게 마무리를 하지 않은 상태로 두고 또 한동안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그런데 뭐 그런들 또 어떠랴. 꼭 당장 마무리를 해야 한다는 그런 강박도 한번 좀 내려놓아보자.
2023.0715 #1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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